“부시는 들어라” 지구촌 뒤덮은 ‘반전’ 함성 [경향신문]
3월17일 지구촌 전체가 반전 목소리로 뒤덮였다. 이라크 전쟁 개전 4주년을 앞두고서다. 17일 하루 동안 70여개 도시에서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대규모 가두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에 참가한 세계 시민들은 인종과 종파를 가리지 않고 반전 구호를 외쳤다.
이라크 전쟁을 벌인 미국 부시 행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는 미국에서 가장 거셌다.
1967년 10월21일 베트남 전쟁 반대 시위가 벌어진 지 40여년 만에 미 국방부(펜타곤) 청사 앞에서 반전 시위가 재연됐다. ‘이라크에서 철수를’ ‘대(對) 이란 전쟁 반대’ ‘조지 부시 대통령 탄핵’이라는 팻말을 손에 든 1만여명의 시위대는 워싱턴 링컨 기념관 부근에 모여 5㎞ 떨어진 국방부 청사까지 행진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반전 활동가 신디 시핸은 “우리는 전쟁 기계의 그늘에 모였고, 그들은 죽음과 파괴를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며 부시 행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수천명의 기독교 신자들이 16일 밤 워싱턴에서 반전 기도회를 가진 뒤 미 국회의사당 주변을 돌며 촛불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집회 참석자 200여명은 경찰 저지선을 어겼다는 이유로 연행됐다. 로스앤젤레스에서 6000여명, 코네티컷 주 북부 하트퍼드에서도 1000여명이 모여 시위를 벌이는 등 반전 집회가 미 전역에서 진행됐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는 최대 40만명이 모인 대규모 시위가 펼쳐졌다. 군중들은 마드리드 시내 시벨레스 광장에서 아토차 광장까지 4㎞ 구간을 가두 행진하면서 ‘마드리드 시민은 이라크 국민과 함께 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유명 영화감독인 페드로 알모도바르도 시위에 참가해 “이라크에서 벌어진 야만 행위에 항의한다”고 말했다. 민간단체들과 노동조합, 정당 등이 주도한 이날 시위는 바르셀로나, 세비야, 그라나다, 발렌시아 등에서도 이어졌다.
그리스 아테네에서도 수천명의 반전 시위대들이 시내 중심가에서 미국 대사관까지 가두 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이라크에서 미군 철수, 이라크에 교육·의료 지원 등을 요구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는 6000여명의 시위대들이 ‘우리는 모두 이라크인’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가두 행진을 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와 체코 프라하에서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이라크 전쟁과 핵 무기에 반대하며 평화를 의미하는 문양을 만드는 횃불 집회를 가졌다.
시드니 등 호주의 여러 도시에서도 반전 거리 시위가 열렸다. 녹색당의 케리 네틀 의원은 “이라크 문제는 재앙이다.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밖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칠레 산티아고, 이탈리아 로마,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등에서도 반전 시위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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