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험난한 2기… "당신은 아니야" 9000명 反부시 선언 
 
[조선일보 2005-01-24 18:14]     
 
 
 
촘스키 교수 등 NYT에 전면광고 
이라크전쟁이 反부시 정서 불지펴 
언론비판에도 아랑곳않는 부시

[조선일보]

“우리 이름으론 안 돼(Not in our name).” 뉴욕타임스 23일자에는 부시 대통령을
향해 ‘미국인 전체의 이름으로 이라크 전쟁을 정당화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전면광고가 실렸다. 노엄 촘스키 MIT대 교수, 진보 역사학자 하워드 진, 램시
클라크 전 법무장관을 비롯해 반전·환경단체 등 각종 진보단체 인사 9000명이
서명한 광고형태의 성명이다.

광고는 “부시 대통령이 두 번째 취임식을 가졌지만, 미국이 부끄러운 전쟁과 탐욕
불관용의 대관식을 묵묵히 받아들였다고 우리 이름으론 말하지 말라”고 했다.
이들은 나아가 “우리는 (다음 대선이 있는) 2008년까지 기다릴 수 없고
기다리지도 않을 것”이라며 “집권 2기 부시 정권에 대한 투쟁은 지금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거의 정권퇴진투쟁을 주장하는 수준으로, 재선 대통령 중 가장 낮은 40%대 초반의
지지도로 출발한 부시 2기가 험로일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심각해지는 반 부시 움직임


일부 친(親)부시 매체 외 미국의 많은 신문들에는 요즘 부시 비판 사설 칼럼
시사만화들이 잇따라 실린다. 웹사이트에서는 ‘나는 부시를 찍지 않았다’,
‘나는 부시를 반대한 자랑스러운 48%에 속한다’는 글씨를 새긴 티셔츠와
스티커를 판다. 부시의 강경외교노선 논리를 제공한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을
빗댄 ‘네오앤티부시(Neo-anti-Bush)’란 표현도 등장했다.

취임식 당일 워싱턴에서 거세게 벌어졌던 반부시 시위도 그치지 않고 있다. 부시가
주지사였던 텍사스주 휴스턴에서는 23일 “부시는 거짓말을 했고 수만명을 죽게
했다”는 구호를 외치는 시위가 벌어졌다. 


◆왜 反부시인가?


반부시 정서의 근원은 이라크 전쟁이다. ‘근거도 확실치 않은 정보를 바탕으로
미국을 전쟁으로 몰아넣어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고 반성기미가 없다’는 것이
뿌리다. 이라크전의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가 없었음이 밝혀진 후에도 실수를
인정하기는커녕 “그래도 내 결정이 옳았다”고 주장하는 부시는 반대파들을 더
격앙시키고 있다.

‘고집불통의 거짓말쟁이’란 꼬리표를 달게 됐음은 물론이다. 이라크 공격 전엔
‘대량살상무기’를 전쟁명분으로 내세웠다가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자
‘사담 후세인은 위험한 독재자이므로 전쟁은 정당하다’는 논리를 편 것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말바꾸기 선수’라는 비난도 함께 쏟아지고 있다.

기본적으론 반부시 움직임은 ‘반전(反戰)’으로부터 출발한 것이다.


◆민주당의 비협조도 심각


민주당도 반부시 움직임에 가세하고 있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부시 대통령의
핵심참모인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지명자와 알베르토 곤살레스 법무장관
지명자에 대한 인준청문회를 연기시켰다. 일단 부시 2기 정부의 출발에 제동을
걸어 견제를 하겠다는 의도다. 인준에 반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일단 애를
먹이겠다는 것이다. 부시 2기의 핵심 과제인 사회보장제도 개혁은 공화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일고 있다. 


◆강공으로 가는 부시


반대파의 격렬한 반발에도 부시의 기세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재선 직후
부시는 “국민들은 나의 정책을 승인했다”며 자신감을 보였고, “대선에서 얻은
‘정치적 자산’을 이용할 것”이라고 큰 소리를 쳐왔다. 언론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겉으론 태연한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오랜 테러전과
장기화된 이라크전에 지치고 분열된 민심을 달랠 묘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기록적인 재정적자를 극적으로 줄일 방안도 없고, 사회보장제도와 세금제도 개혁이
성공한다 해도 당장 국민들의 마음을 달랠 체감결과로 등장할 가능성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라크 문제는 점점 더 ‘베트남전의 악몽’으로 변해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강인선특파원 [ insu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