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1126/정치] 저항권 인정하고 미군은 철수해야 한다. |
[1126/정치] 저항권은 인정하고 미군은 철수해야 한다.
경계를 넘어 지은(oversmiler@gmail.com)
이라크 국민화합회의(the National Reconciliation Conference) 가 아랍연맹 주관으로 카이로 본부에서 100여명이 넘게 모인 가운데 11월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열렸다.
이 회의는 사담정권 붕괴 이후, 각 정파·종족간 이해관계를 둘러싸고 그간 정치적 세력 다툼에 집중된 정치 지도자들까지도 현 정치적 과제와 미래를 위해 중지를 모았던 첫 단추라 부를만 했다. 다만 시아파의 주류 반미 운동 지도자인 알 사드르와 과격저항단체 일부에서는 대리인을 보내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계속해서 미점령에 반대하며 국민선거 보이콧을 주장, 현 정부의 합법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던 강경 수니파 대표자들이 참여하면서, 그동안 국내 불안을 야기하는 과격 저항세력들의 주장으로써 취급되었던 의제들, 이라크 저항권과 미군 철수문제가 설전을 벌인 끝에 긍정적인 합의를 모았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결과이다.
저항권 인정해야 하고 미군은 철수해야 한다.
회의 참석자들은 이라크 내 저항세력은 테러리스트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고, 네 쪽 분량의 최종합의문에 "저항은 모든 국민의 합법적 권리이다"라는 원칙을 포함시켰다.
앞서 이러한 논의들이 오가던 20일에는, 잘랄 탈라바니 대통령이 일부 인사들과의 접촉을 통해 자신은 바트당을 제외한 무장저항세력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미군철수 문제에 있어서는 회의 초반, 수니파와 시아파 대표단간의 첨예한 대립이 존재했다. 수니인들의 경우 미군의 당장 철수와 헌법개정을 주장한 반면, 지배정권측인 시아 대표단들은 이라크보안군이 자립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전까지는 미군 철수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이라크군을 재건하고 국경과 안보상황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 계획을 즉각 세움에 따라, 미군을 비롯한 점령군의 철수를 요구한다” 는 내용으로 합의되었고, 이는 구체적 철수 일정을 정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점령을 적극 반대해 온 수니인들에게 환영을 받았다고 워싱턴 타임즈가 전했다.
특히 이러한 결과는 미 부시대통령이 아시아 지역 국가들을 돌며, 미군은 여전히 이라크에 남아있을 것이라는 그의 연설과 거의 같은 시기에 나오게 되면서, 미 점령군의 주둔을 강조하는 부시 대통령의 확신에 찬물을 끼얹는 꼴을 보여준 셈이었다.
그러나 선행되어야 할 정치적 과제부터 풀어야 할 것
Al ahram 주간지는 고실업률로 인해 오갈 곳 없는 이라크인들이 까페 안 TV앞에 모여 이번 회의를 관심있게 지켜보았다는 이라크 현지 분위기를 실었다. 그러나 곧이어 자폭으로 인해 수십 명이 한꺼번에 사망하는 국내보도를 동시에 지켜보며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만 했었다고 전했다.
이렇듯 이라크 민중들이야 말로 이번 카이로에서 보여준 정치적 화합이 문서상 합의로만 그치지 않아야 될 것임을 누구보다도 원하는 국민 주체이자 점령 희생자들이다. 그들은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저항군의 자폭테러에 큰 피해를 입고 있지만, 반면에 그들의 독립운동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왜냐하면 미국이 테러리즘을 없애겠다고 전쟁과 점령을 일으킨 본래 의도는 이라크인 자신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이익에 기반한 침략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막상 이라크 정권은 회의 개최를 통해 화합을 모색하자고 하면서 서부쪽에서 벌어지는 미군의 군사작전에는 눈을 감고 있었다. 또한 이라크 정부군과 경찰들의 특정인물 암살 범죄 심각성은 날로 커지고 있는 상태이다.
이라크 새 정부 지배자들은 무장저항세력에게 대화를 위해 무기를 놓을 것을 요구하기 앞서, 점령군의 군사작전과 경찰들의 무자비한 범죄행위들을 먼저 종료시키고, 무고한 수감자들 수 만명을 석방시키는 결정부터 주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탈라바니 대통령 역시 더 이상 미국의 힘을 등에 업고서는 저항세력을 누를 수 없다는 궁지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러한 합의를 내린 것이 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내년 3월 즈음 바그다드에서 다시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치적 득과 실을 따지는 권력자들의 장이 아닌, 이라크 민중들이 겪고 있는 배고픔과 절망, 점령의 고통을 없애나가는 진정성을 보여줘야 할 때이다. 제국의 힘이 아닌 이라크 민중들의 힘으로 민주주의가 구축될 수 있는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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