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로이 구성된 17대 국회에서 위헌적이고 국민대다수가 반대하는 파병결정에 대해 재검토해주길 바랐던 국민들의 기대가 또 다시 허물어지고 말았다. 개원 후 한달 간 원구성도 하지 못하다 뒤늦게 구성된 7월 임시국회가 어제로 폐회됐지만, 파병을 둘러싼 국민적 논란을 해결하기 위한 일부 의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파병문제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애써 외면했다는 인상만을 국민들에게 심어주었다.
2. 여야 국회의원 50명이 지난달 23일 제안했던 '파병중단 및 재검토 결의안'은 본회의 표결은 고사하고 해당상임위원회인 국방위원회에서 제안설명조차 되지 못했다. 이들이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까지도 요청하고 이를 위한 농성까지도 했지만, 이조차도 수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여야 의원들의 초당적인 협력을 통해 제안됐고, 결의안이 지적한대로 악화되는 이라크 현지 정황상 국회가 동의한 평화재건 임무 수행이 불가능한 것이 명확해졌음에도 국회가 이를 다루지 않았다는 것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특히 각 당 지도부가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채 파병강행을 방조한 것에 대해서는 실망을 금할 수밖에 없다.
3. 미국 상원에 이어 영국 의회조차도 이라크전쟁이 잘못된 정보로 시작되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우리 국회는 이들 국가들로부터 잘못된 정보를 제공받았고, 이를 근거해서 이미 서희·제마부대까지 파병해 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구체적 논의와 대응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조영길 국방장관이 '이라크전 정보가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미 상원보고서가 한국군 파병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궤변을 펼쳤지만, 국회는 이에 대해 문제를 삼고 있지 않다. 최소한 이라크전의 정보왜곡과 한국군 파병과의 관계에 대해 국회에서는 심도 있는 논의를 했어야 했고, 필요하다면 별도의 위원회도 구성했어야 했다. 또 이것이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우리 헌법과는 어떤 연관성을 가지는 지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를 하는 것이 마땅했다. 국회가 이를 외면했다는 것은 입법부로서의 권위를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4. 고 김선일씨 사건을 통해 한국정부의 추가파병 추진이 총체적으로 부실하게 진행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파병추진의 가장 전제가 되는 이라크 현지에서의 정보수집 활동이 완전히 실패한 것은 명백하고, 은폐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더 이상의 이런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파병추진에 대한 엄격한 재검토 작업은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국회는 국정조사 범위를 한정하는 등 이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만약 향후에 파병에 따른 사건이 발생한다면 국회도 그에 따른 응당한 책임을 져야 것이다.
5. 정부는 여전히 파병을 강행하려고만 하고 있다. 파병물자를 수송하는 선박출항도 오늘 내일 있다고 한다. 따라서 국회는 8월 임시국회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조속히 임시국회를 개원해서, 우선 물자수송과 선발대 파병을 중단시키고, 파병결정과 추진과정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길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