ꡒ790만 강제동원피해자 진상규명, 졸속으로 처리하려하는가 - 정부의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등에관한특별법시행령(안)을 강력히 규탄한다ꡓ
올해 2월 13일, 3년간의 투쟁끝에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등에관한특별법이 통과되었다. 그동안 28개 단체로 구성되어 특별법 제정을 위해 온 힘을 기울여 온 ꡐ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등에관한특별법 제정 추진위원회ꡑ는 특별법 추진위원회의 성과를 이어갈 새로운 연대체인 ꡐ강제동원진상규명시민연대ꡑ를 발족하고 활동에 들어갔다.
시민연대는 그동안 축적해 온 전문성을 바탕으로 특별법을 실행하게 될 위원회 구성의 방향을 설정?제시하기 위해 전문가들로 기획단을 발족하고 4개월간 논의에 논의를 거듭한 결과 지난 6월에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 구성에 관한 기획서?를 출간했다. 시민연대는 기획서를 통해 위원회의 조직 및 업무내용, 일정표 등 상세한 내용은 물론, 진상규명 100대 과제를 제시했다.
시민연대가 기획서를 발간하고, 진상규명 100대 과제를 발표한 것은 한국역사상 유일무이한 기회인 특별법안의 역사적 의의를 되살리고, 올바른 진상규명을 이루기 위한 목적 때문이다. 또한 특별법에 의한 진상규명이 한국 역사와 민족에 추호도 부끄럽지 않은 작업이 되었으면 하는 피해자들의 바램에 결코 소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7월 26일 정부기획단이 입법예고한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등에관한특별법시행령(안)은 피해자의 바램을 저버린 내용으로 일관되어 있다.
시행령안에 의하면, 79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강제동원 피해 진상규명을 42명의 인원이 담당하도록 되어 있고, 귀환이나 원폭문제는 제외되어 있다. 그렇다면, 40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우키시마호 폭침사건의 피해나 아직 인양 조차 하지 못한 다에헤이마루 사건의 진상은 어떻게 밝힐 것인가. 아울러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발생한 원자폭탄의 피해를 입은 7만명에 대한 진상조사는 어디에서 해야 한다는 것인가.
또한 강제동원진상규명을 고작 42명의 정원이 담당한다는 점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점이지만, 42명 가운데 27명이 파견공무원으로 채워져 있다는 점은 더욱 놀라운 일이다. ꡐ강제동원의 역사ꡑ가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관심도 없는 파견공무원이 어떻게 이 중차대한 민족사적인 과업을 달성할 수 있단 말인가. 더구나 그 파견공무원 가운데에는 검찰과 경찰직 공무원도 6인이나 되고, 조사업무를 담당할 조사과장들도 검경찰직으로 채우도록 되어 있다.
시행령안에 대해 정부는 시민단체와 학계의 의견을 수렴할 공청회 기회도 마련하지 않고, 10일간의 입법예고를 거쳐 확정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강제동원 피해자와 시민연대는 단순한 분노를 넘어서 정부가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에 대해 진상규명을 할 의지가 없거나 무지한 소치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강제동원 피해자를 무시한 처사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그동안 정부가 강제동원문제에 대해 59년간 방치한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졸속으로 면피하려는 것인가. 강제동원 피해자는 전쟁 피해자이지 범법자도 용의자가 아니다. 이들은 평화를 지키기 위해 폭염 속 천리 길 도보도 마다하지 않는 평화의 산증인이다. 그럼에도 경찰과 검찰직 공무원이 이들을 조사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강제동원진상규명에 대한 무지함과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무시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시민연대가 발표한 진상규명 100대 과제는 강제동원 진상규명을 위해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최소한의 과제이다. 100대 과제가 규명되지 않는다면, 진상규명작업은 실패한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그런데 42명의 인원으로, 게다가 27명이 되는 파견공무원이, 그리고 6명의 경찰과 검찰 공무원이 이 과제를 규명할 수 있다는 것인가.
이에 ꡐ전쟁피해자와 함께하는 이라크 파병반대 전국도보행진단ꡑ은 정부가 입법예고한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등에관한특별법시행령(안)을 강력히 규탄하며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1. 강제동원 피해자는 2차대전으로 고통을 겪은 전쟁 피해자이지 수사의 대상자가 아니다. 정부는 더 이상 강제동원 피해자를 욕되게 하지 말고 명예회복을 위한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하라.
2. 790만명의 역사를 고작 42명이 담당한다는 것은 진상규명을 졸속으로 처리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강제동원 진상규명작업에 성실히 임하라.
3. 정부는 위원회 구성에 관해 학계 및 시민운동?피해자단체의 의견을 겸허히 수용하여 특별법안의 역사적 의의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라.
4. 앞으로도 학계 및 시민운동 피해자단체는 진상규명위원회의 구성에 관한 정부의 행보를 주시하며, 위원회 방향을 올바로 견인해내고 민간과 피해자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임을 밝혀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