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로드 1. 12월 3일 국방위원회에서는 이라크 현지 조사단 보고가 있었다. 조사단 단장으로 이라크에 다녀온 조성태 의원은 자이툰 부대가 아르빌에서 안정적인 주둔 여건을 마련했으며, 아르빌 정부의 협력 하에 주둔지에 3중 보호막을 설치하는 등 다각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자이툰 부대가 ‘그린 엔젤(green angel)'로 명명된 민사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아르빌 지역 주민과 자치정부의 환영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아르빌 자치정부는 최소한 2년 이상 주둔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국적군 사령부 기획참모부장은 ’이라크 안정화 작전 종료시까지 주둔해달라‘고 주문했다고 보고했다.
2. 그러나 이 보고서에 대해 함께 이라크에 다녀온 임종인 의원은 “만난 사람이 자이툰 부대원과 현지 공관의 직원들, 아르빌 자치정부와 미군 관계자들로 한정되었고, 국회의원들에게 파병 연장의 찬반 논거를 제공하려면 이라크 전쟁과 파병에 반대하는 이라크 사람들을 만났어야 했다는 점에서 치명적인 한계를 가진 조사였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또한 이라크 전반적인 정세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파병이 언제까지 연장될지 확신할 수도 없으며, 전쟁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자이툰 부대의 활동 연장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명확히 했다.
3. 이번 조사는 임종인 의원이 지적한대로 이라크의 전반적인 정세를 파악하고 이에 근거해 한국군 파병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는 애초의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매우 불충분한 것이었다. 한국군 파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조성태 의원의 질문에 다국적군사령부 참모장인 Troy 준장은 “한국군은 다른 동맹국들이 군사작전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답변하였다. 이는 아르빌에 있는 한국군의 중요한 역할이 현재 이라크 전역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다국적군의 후방 예비부대임을 명확히 한 것으로 한국군 파병 연장 여부가 단순히 아르빌 지역의 상황을 근거로 결정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4. 또한 조사단이 치하해 마지않는 민사 작전의 내용 역시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조사단은 자이툰 부대가 모범적인 민사작전으로 아르빌 지역 주민들의 환심을 사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차량 수리와 정비 지원, 축구와 태권도 보급, 질병 예방 활동이라는 동네 소독 등이 3600명이나 되는 군인들이 가서 해야 할 일인지 진지하게 되물을 수밖에 없다. 또 이와 같은 민사작전이 파병의 근거였던 ‘평화재건임무’와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도 설명해야 한다. 파병을 연장해야 하는 근거로 자이툰 부대원의 사기를 운운하지만, ‘새마을 운동’ 같은 활동을 하면서 영내에 갇혀 지내야만 하는 것은 군인들의 사기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파병 연장 동의안을 제출한다면, 그 전에 현재 자이툰 부대가 아르빌에서 전개하고 있는 작전의 내용과 비용을 공개하고 이에 대해 국민적 토론을 통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그 내용이 3600명의 군인이 위험을 무릅쓰고 전개해야 할만한 내용이 아니라면 한시라도 빨리 철군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조사단은 이런 내용에 대해 어떤 문제도 제기하지 않은 채 자이툰의 민사작전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5. 11월 미군 사망자가 135명에 이르는 등 이라크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달아 어느 때보다 신중한 검토와 이를 위한 국민적 논의가 필요한 시기이다. 이런 면에서 이번 조사단의 활동은 핵심적인 우려 사항을 전혀 반영하지 못 한 수박 겉핥기식이었다. 특히 우리는 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며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여러 가지 위험과 우려 사항에 대해서 면밀하게 조사해야 할 국회의원 조사단이 매우 제한적인 조사를 마치고 돌아와 자이툰의 활동을 치하하느라 여념이 없는 것을 개탄한다. 국회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논의를 중단하고 이라크의 객관적인 상황과 현재 자이툰이 벌이고 있는 사업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기반으로 국민들의 염려를 반영하여 파병연장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