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파병 재연장 동의안 부결을 거듭 촉구합니다.
파병 3년, 침략전쟁 지원 3년. 이젠 범죄의 늪에서 빠져 나와야 합니다.
노무현 정부 지난 11월 23일 국군부대의 이라크 파견 재연장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한 데 이어 국회 국방위원회는 오는 12월 7일 이를 처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지난 2003년 4월 30일 670여명의 군대를 이라크에 파견한 이래 2년 8개월째 미국의 이라크 점령을 돕고 있습니다. 특히 2004년 8월 이후에는 3000명의 추가병력을 파견하여 부도덕한 침략과 점령을 정당화하고 세계 3번째 규모의 후비대 역할을 자임하여 왔습니다.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 한나라당은 이 죄업의 시간을 1년 더 연장하기 위한 파병연장 동의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가결하려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1000명을 줄이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는 대다수 다국적군이 철군하는 이라크의 늪에 우리의 젊은이 2300여명을 미군과 함께 1년 이상 남겨두겠다는 적극적 의지의 표현에 다름 아닙니다. 우리는 정부와 국회의 이러한 어리석고 무책임한 결정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지난 3년간 일관되게 이라크 전쟁의 부당성을 지적해왔습니다. 그리고 이를 군사적으로 지원함으로써 국민 전체를 반인륜적 범죄에 연루시키고 폭력의 악순환 속에 끌어 들인 정부의 무책임과 부도덕성을 고발해왔습니다. 반면, 정부와 국회는 우리와 세계인의 정당한 비판과 우려에 눈과 귀를 막아왔습니다. 대신 진실을 감추고 사실을 왜곡하는데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남용해왔습니다. 미국의 힘의 논리에 편승하는 것이 곧 국제사회의 현실이요 세계평화의 첩경이라고 강변해왔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 3년간 검증된 현실은 무엇입니까? 미국과 영국의 힘의 논리가 이라크에서 완전히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라크 전쟁은 낡은 패권주의의 무덤이 되었습니다. 도대체 어느 나라, 어느 국민이 부당한 침공 앞에 맹종하겠습니까?
사실, 이 전쟁은 그 시작부터 패배할 수밖에 없는 전쟁이었습니다. 전 세계인을 향해 ‘사슴을 말이라고 우기던’ 부시와 블레어의 오만과 독선에서 패배는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미국과 영국이 꾸며낸 이라크 침공 구실 조작의 실체가 지난 3년간 백일하에 폭로되었습니다. 거짓을 위한 희생을 감당할 국민들은 없습니다. 보십시오. 미국과 영국의 시민들마저도 분노해 일어나 전 세계인의 반전평화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패배는 스스로의 패배로 그치지 않고 이라크를 망치고 있습니다. 미국이 지난 3년간 이라크에 가져다 준 것은 폭력의 악순환이었습니다. 이라크 재건의 약속은 경제침략과 자원수탈로 귀결되었습니다. 이라크에서 미국식 인권과 민주주의는 파산했습니다. 그들은 점령지 주민을 범죄자 취급하고, 불법으로 구금했으며, 고문, 학살했습니다. 그들은 전쟁 전엔 이라크에 존재하지도 않던 화학무기와 대량살상무기를 가져다 이라크인들을 향해 사용했습니다.
지금 대다수 다국적군이 행렬을 이루어 이라크를 떠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라크에 더 머물 수 있단 말입니까?
노무현 대통령과 국방부는 낯 뜨겁게도 재건지원을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로 정부가 이라크의 재건을 원한다면, 자이툰 부대를 철수시키고 그 주둔비용을 이라크인들에게 제공해야 옳습니다. 미군을 도와 연 1800억을 주둔비용으로 소비하는 반면, 그의 1/10도 이라크를 위해 나누지 않으면서 자이툰 부대가 없으면 재건지원을 할 수 없는 것처럼 국민을 호도해서는 안됩니다.
혹자는 내전을 막기 위해 다국적군이 필요하다고 우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궤변으로도 이라크에서 폭력을 부채질하고 갈등을 부추기는 존재가 점령군 자신이라는 진실을 감출 수는 없습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는 자신이 얼마나 추악한 침략의 논리를 펴고 있는지 미처 깨닫지 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그 주장대로라면, 인도의 분열을 막기 위해 영국의 식민지배가 더 필요했다는 것입니까? 한반도의 분열을 막고 산업화를 돕기 위해 일제가 더 오래 버텨주었으면 좋았다는 것입니까?
이라크 민주주의는 그들 자신에게 맡길 일입니다. 단언컨대, 이라크에서 미군을 도우면서 이라크도 도울 수 있는 길은 없습니다.
국회는 더 이상 우리 젊은이들을 늪에 빠진 미국의 볼모로 이라크에 내던져 두는 실수2를 지속해서는 안됩니다. 정부와 의회는 이미 그릇된 현실과 예고된 패배를 직시하고 있는 국민을 바보로 만드는 일을 중단해야 합니다.
더 이상 ‘현실’을 내세워 국민에게 패배주의를 강요하지 마십시오. 더 이상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이름과 나라의 정체성을 더럽히지 마십시오. 더 이상 우리의 이름을 범죄와 폭력을 지원하는데 도용하지 마십시오. 백보를 양보하더라도, ‘3년’이면 충분합니다. 이제는 이라크에서 나와야 합니다.
국방위원회 위원들에게 이라크 파병 재연장 동의안을 부결시킬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여야 각 당에게 이라크 철수를 당론으로 공표할 것을 요구합니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17대 모든 국회의원들에게 양심과 헌법, 그리고 국민과 역사가 명령하는 평화의 길, 공존의 길, 이라크 철수의 길에 나설 것을 준엄히 촉구합니다.
2005. 12. 6.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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