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파병을 하려면 우리를 밟고 가라” 전쟁 피해자들이 부산에서 서울까지 ‘이라크 파병반대 도보행진’에 나선다.
태평양전쟁 피해자,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피해자, 베트남 전쟁 피해자와 ‘국적포기 필요없는 나라 만들기 모임’ 회원들이 24일 부산을 떠나 새달 2일까지 열흘 동안 함께 걸으며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전쟁 피해자들의 외침을 전한다.
이번 도보행진에는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김혜옥씨와 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씨, 경주 코발트광산 민간인 학살 피해자 대표, 베트남전 고엽제 피해자들이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시민들과 함께 걷는다.
월남참전유공전우회 대구시지부 지동춘 지부장은 “내 아들이 전쟁터에 나가겠다면 절대로 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전쟁터에 나갈 각오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 목숨을 걸고 이라크로 간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도보단은 24일 부산을 출발해 △25일 대구 △26일 거창 △27일 광주 △28일 익산 △29일 천안·대전 △30일 평택·매향리를 거쳐 31일 서울에 닿는다. 31일 광화문에서 파병반대 촛불집회에 합류하고 새달 1일부터 2일까지 서울시내에서 도보행진을 한다. 각 도시를 거칠 때마다 지역에서 파병 반대에 뜻을 함께하는 시민·사회단체들과 평화유랑단이 함께 파병 반대 집회를 연다.
군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의 최봉태 변호사는 “우리 사회가 전쟁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에 국익을 앞세워 쉽게 파병을 결정할 수 있었다”며 “전쟁 피해자들이 나서서 전쟁의 고통을 전하면서 왜 침략전쟁에 군대를 보내서는 안 되는지 알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