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울진의 읍내, 군청 앞 버스 정거장에서는

날마다 저녁 여섯 시면 울진 초등학교 건너편

<평지서림>이라는 책방 겸 사랑방에 모여

시위 나갈 준비를 하지요.

많은 분들이 함께 하고 계십니다.

(그 가운데 날마다 찍은 사진들 가운데에서

몇 장만 가지고 왔어요.

평화를 사랑하는 분들, 모두 힘 내십시오!)

2004.07.03 - 언제나 시작은 눈물로

한영선 선생님이 샌트위치 피켓을 걸고 일인시위를 하는데,

한 아저씨가 선생님 뒤로 와서 음료수 하나를 건네었어요. 수고한다고....

아, 그런데 아저씨, 그제서야 그게 선생님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둘레에 선 사람들이 모두 한 식구라는 걸 알고,

음료수를 하나 밖에 안 사온 걸 무안해하셨습니다.

혼자서 이래 하는 줄 알았다면서요.

그래도 아저씨 따순 마음 전해져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는 서명을 받는 책상 앞으로 가서 서명을 하셨습니다.

아저씨는 기다리던 버스를 타고도 창 밖으로 손을 흔들면서까지

수고한다고, 열심히 하라고 힘을 주고 가셨어요.

이 날로 이틀 째 따라나온 한영선 선생님네 개구장이 재현이는

일인시위를 하는 엄마 다리에 매달려 엄마를 못살게 굴었대요.

2004.07.05 - 여린 마음, 고운 손 함께 모아

행곡에서 오신 김태규 아저씨에요. 딱 보면 아시겠지요? 농사를 짓는 농사꾼 아저씨이면서 우리 농업을 지키는 농민회에서도 애 쓰는 분이라 했어요. 그리고 옆에 선 아이가 겨레. 겨레도 처음에는 저렇게 아주 점잖게, 얌전하게, 씩씩하게 있었는데요, 겨레도 나중에는 아빠 뒤에 매달려 몸을 비틀고, 까불고. 겨레가 살아갈 세상에는, 하늘이, 산이, 민주가 살아갈 세상에는 부디 전쟁이 없기를 바랍니다. 겨레 어머니가 현수막을 가지고 왔어요. 지난 주 울진으로 농활을 다녀간 학생들에게 부탁해서 만든 현수막이래요.

2004.07.06 - 바람과 바람이 모여서

여기 어디인줄 아시겠지요? <평지서림>

이 날은 시위를 나가기 전에 이렇게들 모여 새 그림판을 만들었어요.

당신들을 뺀 우리 모두는 이토록 전쟁에 반대합니다. 어서 그만 두세요.

우리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닌, 힘 없고 약한 이들일 뿐이지만
우리의 간절한 바람과 바람을 모아
이 전쟁의 미친 바람을 어서 끝내게 할 수 있기를,
우리의 군대를 그 침략의 땅에 보내는 것을 막을 수 있기를.

2004.07.07 -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비가 내린 날이었습니다.

두번째 줄, 성연이도, 맨아랫 줄, 선호도 (주소 쓴 것 좀 보래요.) 파 / 병 / 반 / 대

앗, 아는 사람. 아마 버스를 타려는 분들에게 다가가 어벙한 목소리로 "버스타고 가는 길에 한 번 읽어 보세요" 했을 거예요. 이라크 파병에 반대합니다.




비가 주룩주룩 오는 날이었지만, 이렇게 함께 마음을 모았고, 그 마음으로 학을 접었습니다.
전쟁을 하지 마세요. 죄없는 사람들을 죽게 하지 마세요. 그 나쁜 전쟁에 우리 나라 군대를 보내지 마세요. . . . 소원을 들어주세요. 파 / 병 / 반 / 대 2004.07.08 - 들꽃, 평화를 닮은 아이들

7월 8일 피켓을 들고 일인시위를 하신 울진 중학교 손희락 선생님.

선생님 곁에 한 학생이 와서 함께 피켓을 들었습니다.

길을 건너가 사진을 찍고,

다시 길을 건너 오는데

어느새 선생님 곁에 선 학생은

셋이 되어 있었습니다.

(들꽃처럼 예쁜 얼굴을 한 아이들이었는데, 자꾸만 사진 찍는 것 부끄럽다고 얼굴을 가리고 해서 미안했어요. 하지만 보세요, 얼마나 예뻐요? 예쁘고 또한 자랑스럽기도 한 걸요.)

들꽃을 닮은 아이들.

평화라는 이름의 들꽃.

대다수 국민은 파병에 동의하고 있다고, 대다수 국민이 반드시 파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미국에 가서 그 나라 부통령과 악수를 하며 웃고 돌아온 정치인 아저씨, 보이지 않으세요? 대통령 아저씨, 보이지 않으세요? 비록 하나 하나는 힘 없는 우리, 아무 것도 아닌 우리이지만,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몸짓으로나마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싫습니다! 안됩니다! 반대합니다! 파병을 반대합니다! 울진 평화모임의 군청앞 정거장 작은 집회는 기한을 두지 않고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한 달 집회 신고를 내 놓았고요, 다음 주 수요일에는 그 동안 일인시위를 이어온 이들 모두 한 자리에 모여 힘을 모으는 집회를 갖기로 했어요. 여기, 울진에 와 보고 싶으시지요? 파병을 막읍시다!!!





살람 알라이쿰 / 백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