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7.24

서울 다녀왔습니다. - 청와대 인간띠잇기

아침부터, 누가 간다, 갈 수 있다, 그러면 가기 어렵겠다,

어떤 차편으로 가자... 그러다가 나중에는 저 혼자 가게

되나 보다 했는데 결국은 일곱 분이나 함께 가게되었습니다.

(꼭 가고 싶어 했지만 가지 못한 아이들, 그리고 함께 가고

싶지만 풍물학교, 생태학교 일로 함께 하지 못한 분들 모두

다음 번에는 꼭 같이 가요. 손에 손잡고, 파병 막으러!)

김명희 선생님과 이광연, 김은숙 선생님들은 먼저 한 차로 가고,

햇살 님, 일다 님, 장시원 선생님, 그리고 제가 뒷 차로 올라갔습니다.

여기가 어디 쯤이더라? 봉화 법전 쯤 되는 길가였을 거예요. 원두막

에 내놓고 사는 수박을 사가지고 가자 하고 섰다가, 아예 원두막 위로

올라 앉아 수박을 먹었습니다. 서울로 가는 길, 싸우러 가는 길이지만

꼭 소풍을 가는 것 같은 느낌도 있었어요. 수박먹고 파병막자, 아자!

서울에 도착하니 저녁 일곱 시가 조금 못 되었나 봐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습니다.

파병을 막고, 전쟁을 끝장내기 위해 모였습니다.

서울 도착을 따로 해서 잠깐은 김명희 선생님 쪽하고 따로 있었어요. 뒤에 올라간

사람들은 바끼통 모임 (http://cafe.daum.net/gibumiraq)의 사람들을 만나고, 대열

가운데에 인천의 기차길옆작은학교(http://gichagil.saramdl.net) 식구들이 모여 앉

은 자리 쪽에 앉았습니다. 위에 보이는 사진이 그곳 식구들이에요. 공부방의 아이들

과 이모 삼촌까지 해서 어림으로 스물이 넘는 식구들이 함께 와 있더라고요.

울진 식구들.

해가 저물어 사람들은 촛불을 켰고, 모두 한 목소리로

파병 철회를 외쳤습니다. 국민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정권,

파병을 강행한다면 그들은 퇴진을 각오해야 할 것입니다.

(다 같이 함성을 지르는 시간이었나 봅니다.

햇살 님, 손마이크를 대고 소리를 크게 내지르고 있어요.)

준비된 집회를 마치고 우리는 청와대 쪽으로 행진해 가려 했습니다.

햇살 님과 일다 님이 그 동안 울진에서 모아온 평화의 마음, 평화의

손길로 만든 종이학 글씨판을 들고 행진 대열에 함께 했습니다.

하지만 경찰들은 여지 없이 행진을 가로막았고,

무대 앞 쪽에서는 벌써 경찰들이 시위대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쓰고 있었습니다.

다쳐서 쓰러진 시민 한 분을 들고 사람들이 달려왔습니다. 저

전경들이 만든 담을 넘어야 어서 병원으로 싣고 갈 수 있는 상황.

"비켜요, 비켜! 지금 사람이 다쳤잖아. 사람이 다쳤다구요!"

"이 새끼들아, 지금 사람이 다쳤어. 다친 사람만이라도 보내줘!"

우리는 당신들과 싸우고 싶은 게 아니야,

폭력 쓰지 마, 때리지 마. 정말 화가 났습니다.

맨손의 시민들에게도 무자비하게 방패로 내리찍는 상황 속에서 거리 행진으로 이동해가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시위 지도부는 모여 선 시민들에게 삼삼오오로 짝지어 광화문 열린광장

으로 가 그곳에서 다시 만나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열린광장으로 이어진 길은 넓은 길이고,

골목이고 모두 경찰들이 막고 있었습니다. 시위대에 함께 있던 시민이건 아니건 막론하고,

무조건 길을 가로막았습니다. 그리고 때렸습니다. 방패는 보호하기 위한 물건이 아니라 싸움

을 위한 무기였습니다. 일방적으로 사람들을 때렸습니다. 맞아 쓰러진 시민을 군홧발로 밟았

습니다.

(이 때쯤부터는 장혜수 선생님도 만나 함께 다녔어요. 김진문 선생님 사모님이라 해야

더 잘 아실지도 모르겠어요. 분당에 볼 일을 보러 올라오셨다가 집회하는 곳으로 나오

셨거든요. 그리고 김명희, 김은숙, 이광연 선생님들도 만나게 되어 함께 다녔고요.)

우리가 보고 있던 눈 앞에서도 한 학생이 전경들에게 둘러 싸여 얻어 맞았습니다.

맨손의 학생을 경찰 대여섯이 둘러 싸고 붙잡고 때렸습니다. 겨우 끌어내고 났을

때, 학생은 옷이 다 찢어져 있었고, 얼굴과 머리가 찢겨 피를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학생 하나가 불법 강제연행을 당해 닭장차에 실려 있었습니다.

시민들은 항의를 하며 어서 풀어주라고 했지만 삼삼오오로 움직이고 있던

시민들의 힘으로는 어찌 해 볼 도리가 없었습니다.

정당성을 잃은 권력은 더이상 폭력 밖에 기댈 것이 없다는 것을

우리는 우리의 험난하고 슬픈 역사를 통해서 똑똑히 알고 있습니다.

밤 열한 시 쯤 되어 집회를 마쳤나 봅니다. 김명희 선생님은 함께 다닌

선생님 댁으로 가시고, 나머지 식구들은 함께 다니던 바끼통 모임의

사람들과 함께 가까운 밥집으로 옮겨 뒷풀이를 가졌습니다. 처음에는

서먹했을까, 하지만 금세 사귀어 아주 따뜻한 분위기에서 어울렸습니다.

(그 때 밥집 사진들도 많은데요, 사람들이 막 말을 하고 있거나 움직이고 있을 때

찍은 거라 이상하게 나온 게 많아서 다른 건 다 빼고 이거랑 아래 것 두 개만 올려요. ;;)

밥집에서 나올 때는 누구할 것 없이 다들 친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가져간 종이학 글자판을 바끼통 모임 분들에게 전하기도 했고요. 그곳에서

새벽에 나와서는 한강 둔치로 가서 동이 틀 무렵까지 더 함께 놀다가 가까운

찜질방에서 눈을 붙였어요. 그리고 이튿날 오전에는 '화씨911' 영화를 봤어요.

울진에 내려오니 거의 아홉 시가 다 되었습니다.

.

.

.

파병을 막읍시다. 꼭 막읍시다.

오늘은 바다가 이렇게 파랬습니다. 파란 바다 위에 하얀 거품 파도가

모여들더니 이렇게 글씨를 쓰더라니까요, 파 / 병 / 철 / 회 라고.

(어디인지는 다들 아시겠지요? 온양리 앞 바다요, 거기, 아주 파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