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3일째를 맞이하며....

대구에서의 도보단 일정을 마치고 신광사에서 하룻밤을 묵은 도보단은 산사 풍경소리의 평화로움을 느끼며 아침을 맞이하였다. 산사에서 아침공양을 마치고 평화도보단의 평화바람이 이라크 파병을 철회시키고 반전평화의 바람이 한반도에서 전 세계로 불게 해 주실것을 간절히 바랬다. 출발 전 문정현 신부님과 평화유랑단, 도보단은 가는 곳곳 평화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도록 자체 문화공연팀을 구성, 일명 '평화몸치'팀은 공연을 위한 여러가지 노래를 준비하고 연습하였다. 청년보다 더 열정적이신 문신부님의 노래로 공연연습은 한층 더 가열되었다.

전쟁, 그리고 학살의 기억..........거창!!

전쟁의 참상이 그대로 녹아 있는 거창...

거창의 터미널에 도착한 도보단은 거창의 한대수(한국전쟁전후민간인학살범국민위운영위원)위원장을 만나기 전 터미널에서 즉석 평화공연을 펼쳐보였다. 즉석에서 노래가락이 쏟아져 나오고 '평화몸치'들의 열정적인 공연이 시작되었다. 도보단의 공연에 거창터미널의 많은 시민들이 환호와 격려를 보내주셨다.

시민들의 환호와 격려속에 한대수위원장님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여 주셨다. 같이 동행하신

한영용(우키시마마루폭침사건진상규명위원회)회장과 우리는 곧장 거창민간인학살의 현장인 신원면의 박산골로 달려갔다. 박산골에 도착하자 한위원장님은 '국군 11사단 9연대에 의해 보도연맹등으로 억울한 누명을 쓴 민간인이 이곳 골짜기에서 517분이 돌아가셨습니다. 그들의 대부분은 어린아이, 노약자, 여성이었습니다.'라는 말씀을 꺼내셨다. 이곳에 517명의 마을 주민은 영문도 모른채 이 짜기에 끌려와 맞은편에서 쏘아대는 기관총에 의해 처참히 학살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설명을 듣는 내내 그 골짜기에 있었던 바위들에 아직도 선명히 남아있는 '총탄'의 흔적을 보며 전쟁의 참혹함이 아직도 선연히 남아 있음을 기억하게 된다.

지금은 진실의 힘이 오르고 있는 때....

학살현장의 근처에는 학살의 현장에서 수습한 유골을 매장한 현장이 있다. 이곳에는 커다란 분묘가 2개가 있다. 하나는 남자의 시신을 합장한 묘이고, 또다른 하나는 여성들의 시신을 합장한 묘이다. 그리고 묘지의 한쪽 후미진 곳에는 작은 비석으로 아이들을 합장한 장소를 알려주는 비석이 있다. 아이들의 희생은 단지 이 묘비만이 알려줄 뿐 아이들을 수습한 묘는 어디에도 보이질 않았다.

더욱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그나마 이렇게 초라하게 만들어진 묘지도 박정희 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이들 희생자와 유족을 좌익사범이나 빨갱이 가족으로 몰아 묘비를 모두 파괴해 버린것이다. 이후로 이들 유족에게는 무시무시한 연좌제의 올가미가 씌워진 것이다. 이들은 이때부터 전쟁의 피해자가 아닌 범죄자로써 그들 자신의 피해를 숨기는 한맺힌 나날을 보내게 된다.

파괴된 아이들의 묘비를 바라보던 최봉태(변호사,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대표)단장님은 "그 나라의 평화지수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과거 그 나라에 저질러 졌던 상처를 얼마나 빨리 치유하는 가에 달려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제강점하 친일행위, 한국전쟁당시 민간인의 피해, 민주화로 인한 희생 등의 과거사에 상처를 치유함에 너무 인색해 한다. 이것을 보더라도 우리는 평화지수가 너무도 저급함을 알수 있다. 이번 이라크파병 철회는 바로 우리나라의 평화지수를 높여 평화선진국으로 갈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다시는 이러한 민간인 희생이 없도록, 이라크에서 이와같은 민간인 학살이 한국군에 의해 저질러 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더욱 노력하자." 라고 말하였다.

이 당시 희생되었던 어린아이들과 비슷한 시기를 거치셨던 문신부은 "여기 희생된 아이들의 나이가 바로 내 또래의 아이들이다. 6.25 당시 내가 초등학교 6년생이였으니까..."라며 "세월이 흐른다고 해서 진실이 덮혀지고 묻혀지는게 아니야. 지금을 봐. 지금 한국 여기저기에서 과거사 진실규명노력이 부득부득 올라오고 있지 않아?"라며 "어둠을 이기지 못하는 빛은 없는거야"라는 말씀으로 우리의 평화기원이 반드시 전쟁을 종식시키고 이라크파병을 저지시킬것이라 말씀하셨다.

거창시민과 하나되어....

민간인 희생자의 가슴절절한 기억을 마음에 새긴 도보단은 조금은 무거워진 마음으로 거창읍내로 진입하였다. 그러나 곧 도보단은 이곳 거창에서도 변함없는 평화의 바람을 일으킬 것을 다짐하며, 거창시민에게 이라크 파병을 철회할 것을 호소하였다.

'파병반대, 전쟁반대', '전쟁피해자를 밟고 가라'라를 외침을 목청높이 부르짖는 이태준(경산코발트 광산 민간인학살대책위)회장님은 결코 우리와 같은 피해자를 이라크국민에게 만들수 없다라는 절규를 거창시민에게 호소하셨다. 특히 중증장애로 험난한 도보일정을 함께 해주시고 계신 최창현회장님은 휠체어에 파병반대호소문 피켓을 부착하시고 거창읍내 이곳저곳을 거침없이 누비셨다.

시장으로 상가로 평화를 호소하며 거창시내를 활보하던 도보단은 거창읍로타리에서 거창국민행동 촛불집회에 참가하였다. 이미 이곳에는 거창농민회회원을 비롯한 많은 거창시민이 손에 손에 평화를 기원하는 촛불을 밝히고 계셨다.

도보단의 인사와 경과보고, 그리고 거창유족회회장님의 격려사와 연대사등의 순서가 진행되고 드디어 도보단의 공연순서!!!

먼저 도보단에서 젤로 아름다운 목소리와 음악재능을 가지고 계신 보리님의 노래가 시작되고 이어서 도보단의 '평화몸치'가 데뷔공연을 가졌다. '올챙이송'을 개사한 '파병반대송', '곰돌이송' 등에 맞춰 보여드린 어설픈 몸짓에도 거창시민들의 답례박수는 마냥 뜨겁기만 하였다. 이날 공연의 절정은 문신부님의 메들리 송에 맞춘 '평화난타'의 공연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보단 전체가 '바위처럼'을 부를 때는 집회에 모인 거창시민 모두가 일어서 하나되어 즐거워하는 평화의 장이 되었다.

평화의 성지, 빛고을로.........

내일은 평화, 민주의 성지 광주로 간다. 광주에서 우리 도보단은 평화의 에너지를 좀더 얻을수 있기를 바란다. 그 힘으로 익산, 대전, 매향리, 평택, 서울의 모든 도시에 강력한 평화의 빛을 뿜어 낼수 있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거창 민간인학살지 순례 오늘도 역시 뜨거운 날입니다. 그러나 다행히 도보단 땡볕에 걷지는 않았네요. ▶감추어진 전쟁"이란 걸프전에 관한 영화를 본후 대구 곽병원 문화공연장에서 본후 많은 이산가족을 찾는데 평생을 바치신 선생님을 문병했습니다. ▶점심먹고 대구에서 거창을 출발!! 거창터미널에서 잠시 이라크 파병반대 시민홍보전을 펼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