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골로 갈래?"

거창 지리산 자락 아래에서의 밤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에는 너무도 아픈 기억들이 산골짜기마다 아려새겨져 있는 것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을까?

한대수 위원장님과 늦은 밤 이야기꽃을 피우다 우리는 정말 어이없는 말을 듣게 되었다. 한위원장님은 우리에게 '골로갈래?'라는 말을 들어본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우리는 물론 들어본 적이 있다고 했다. 이것은 상대방을 협박하거나 해코지하려 할때 쓰는 말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나오는 골로갈래라는 말은 바로 6.25전쟁 시 많은 민간인들이 '빨갱이', '좌익사범'으로 몰려 이 '골'짜기, 저 '골'짜기에서 죽었던 것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너무 놀랍다. 그 말에 그런 뜻이 있었는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그런 무시무시한 역사의 흔적이 남겨진 말인줄은 정말 몰랐다.

문신부님이 쫒겨나시다......

평화도보단과 함께 전국순례를 하고 계시는 평화유랑단의 문정현 신부님은 반미투사로 잘알려져 있으시긴 하지만 한밤에 엄청난(?) 코골이로도 유명하시다. 이 때문에 문신부님과 같은 방에서 자는 것을 모두 기피한다.

어제도 모든 남성들이 문신부님과 잠자리를 거부하며 다른 방으로 피해갔다. 그런데 늦도록 선전작업을 하던 보도단의 행동대장이 이런 상황을 모른 채 문신부님이 잠드신 방으로 들어갔단다. 그리고, 아침 식사시간....

무척이나 피곤해 보이시는 얼굴로 식탁에 나타나신 신부님은 식탁앞에 앉으셔서

"내 60평생을 살았지만 내가 남의 코고는 소리에 잠이 깨서 다른 방으로 쫓겨가기는 이번이 처음이야. 야~~행동대장 코고는 소리 정말 희한하더라....."

라며 푸념을 하시는 것이다.

야...대단하다.....60년 노하우의 코골이 선수를 이기다니...^^

빛고을....빛을 보다

도보단은 12시 쯤 5.18광주묘역에 도착하였다. 광주묘역에서 문신부님은 김남주 시인 앞에서서

"너무 일찍 갔어....술 담배를 너무 좋아해서...."

라며 묘를 쓰다듬으셨다.

우리는 그곳에서 영원히 꺼지지 않는 빛을 보았다. 민주주의의 빛으로, 영원히 꺼지지 않는 열사들의 빛을 보았다. 그 빛을 우리의 가슴에 묻었다. 우리 모두의 가슴에 간절한 염원으로 자리잡고 있는 평화의 빛에 옮겨 놓았다. 반드시 이라크파병을 막고, 전쟁을 중단시켜 평화로운 공생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송정리 미군기지, 일제의 부역장이였던.....

광주 송정역에서 우리는 태평양전쟁희생자광주유족회의 이금주 회장님을 비롯한 30여명의 어른이 우리 도보단을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우리는 피해자 어르신들과 함께 송정리의 미군기지로 걸음을 향했다.

가는 길에 피해자분들은

"전쟁피해자는 우리로도 족하다. 더 이상 우리의 아들, 딸들을 전쟁의 피해자로 만들지 마라!!"

"우리 후손들을 전쟁의 가해자로 만들지 마라.."

"이라크에 파병하는 것은 미국의 똥개짓을 하는 것 밖에 안된다!"

라는 절절한 외침을 계속 하셨다.

유족어르신 중 한 분은

"여기 군비행장이 예전 일제시대 때 내가 일본놈들한테 끌려와가지고 부역해서 만든 자리야. 그 자리에 미군놈들이 다시 들어올 줄이야..."

그렇다.

침략은 계속되고 있었고, 전쟁피해자들의 전쟁과 고통은 치유되지 않은 채 흘러가고 있었다.

누가 이 상처를 치유할까? 이 상처를 알아줄 것인가?

양심없는 정치인과 대통령은 정말 모르는 것일까? 이 땅의 이러한 고통을 정말 모르고 있을까?

아니, 그 고통의 피흘림이 아직 모자라 머나 먼 타국의 땅에서 그 피를 더 흘려야 하는 걸까?

금남로, 도청, 그리고 평화의 울림......

도보단은 다시 전남도청 앞으로 행진을 시작하였다. 광주를 걷는 내내 남다른 감상과 감회를 가지고 있었지만 특히나 금남로를 거쳐 도청 앞에 섰을 때의 그 울림이란......

지금 이라크에서 미군에게 저항하는 세력을 흔히 테러집단이라고 한다. 그들의 저항이 테러라니...도청에서 결사항전을 펼치며 최후의 항전을 벌인 시민군을 우리는 절대 테러집단이나 폭도로 보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주권과 권리를 당당히 원하고 요구하는 정당한 저항을 했기 때문이다.

그럼, 이라크인의 행위는.....

도청에서의 울림이 파병을 집행하고 있는 저 높은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울리길 바랄 뿐이다. 우리의 울림이 모자란다면 평화를 소망하는 모든 사람들의 울림으로 이 전쟁과 파병을 막아내길 소망한다. 오늘 광주시민들이 들었던 촛불로 어둠을 걷어냈던 것 처럼 우리의 소망의 울림이 짙게 깔린 전쟁과 죽음의 안개를 걷어낼 수 있길 바란다. 그 울림에 우리 모두의 울림이 함께 하길 간절히 기도하며............

경치좋은 거창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광주로 향합니다.
지리산을 넘어 광주까지 가는데 오전시간을 보내야했습니다.
지난 3월에 찾은 유랑단이 찾은 도시인지라 마음에는 설레임보다는 편안함이 느껴집니다.
올해 유난히 광주를 많이 찾아서인지 낯설지가 않네요.

▶지난 3월에는 겨울기운이 도는 초봄이라 마른잎들과 앙상한 나무가 망월동을 더욱 처연하게 했었는데 한여름 다시 찾은 푸른 망월동은 열사의 뜨거운 열정을 내뿜고 있습니다.

▶망월동 구묘역에서 열사들에게 가장먼서 도보단이 광주에 온 것을 알립니다.

▶그동안 함께 모여 찍은 단체사진(??) 한장 변변히없어 망월동 참배후 기념(??)촬영했습니다.ㅋㅋ

▶점심식사후 송정역에서 미군기지앞에서 열리는 남총련 통일선봉대 발대식에 참여하기 위해 태평양전쟁희생자광주유족회의 어르신 30여분과 함께 미군기지로 향합니다.

▶광주공항에서부터 광주미군기지까지 광주유족회원들과 "전쟁반대""파병반대"구호를 외치며 학생을 향해 걸었습니다. 걸음도 불편하신 어르신들이지만 지팡이까지 짚고 함께 걸으십니다.

▶가는길 철조망 넘어 보이는 미군기지를 보시며 어르신들께서 한마디씩하십니다.
"여기 군비행장이 예전 일제시대 때 내가 일본놈들한테 끌려와가지고 부역해서 만든 자리야.
그 자리에 미군놈들이 다시 들어올 줄이야..."
그분들의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야속할 정도로 여름하늘 구름한번 예쁩니다.

▶학생들과 함께한 통일선봉대 발대식에서 함께 파병반대의 소리를 높이시는 광주유족회원분들

▶발대식이 끝난후 다시 광주공항까지 학생들과 함께 행진하는 도보단과 광주유족회원들

▶학생들은 노동청으로 도보단과 유족회원들은 광주일고앞에서 삼복서점까지 또다시 구호를 외치며 걸었습니다.
도심의 매연과 아스팔트 열기에 힘듬에도 불구하고 걷기도 여의치않는 어르신들꼐서는 한명이라도 더 걸어야 우리의 목소리가 더 알려진다십니다.
80년 5월 사람을 가득찼던 금남로에는 자동차만 가득차있습니다.

▶광주 삼복서점앞에서 다시 통일선봉대 학생들과 함께 파병철회 촛불집회를 했습니다.

▶일본에서 우리도보단을 응원하기위해 변호사한분이 오셨습니다. 머리깊이 숙이며 유족들에게 사죄하십니다.

▶대심의 노래에 도보단 즉석 난타공연과 탬버린 춤을 선사합니다.
하루종일 뙤약볕에 힘들었는 분들 얼굴에 웃음이 번집니다.

▶도보단의 귀염둥이 두자매입니다.
도보단 궂은 일도 마다않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참예쁜 자매가 물품판매하다 노래에 흥겨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