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0분 선덕사에서 밤을 보낸 도보단과 기자회견이 있을 YMCA로 감. 정문에서 한일민족문제학회 정혜경 박사님을 발견. 새벽에 광주에서의 일정 때문에 버스를 타고 오셨을 터이다.
9시부터 와서 기다리셨다는 일제피해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제법 계셨다.
전쟁을 멈추고 손자들을 자신들처럼 전쟁터에 보내지 않고 싶어하는 이분들의 염원이 드러나는 것 같아 가슴이 멍... 해졌다.
어제 하루종일 밖에서 집회며 발대식하느라 고생했을 학생들이 스무명 남짓 무진관에 왔다.
기뻤다. 그리고 감동했다.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지 못해도 상관없다(물론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다만 자신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일 수 있는 이분들을 위해 피곤할 것이 틀림없는 몸을 움직여 이 자리에 나와준 것이 고마울 뿐이었다.
-(기자회견과 공청회 때는 밖에서 필요한 일들을 챙기느라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함. 변 선수의 일기를 참고하세요.)-
10:10 YMCA 무진관에서 기자회견 파병반대국민행동측과 함께 기자회견 시작
파병의 부당성, 일제피해자가 파병을 반대하는 이유, 일제피해문제도 해결 못하면서 무슨 놈의 전쟁이냐,, 등등의 발언. 공동선언서 낭독(문정현 신부님)
10:30 기자회견은 끝나고 학생들은 밖에 이라크 파병 반대, 페트리어트 미사일 미군기지 우송에 대해 반대하는 내용의 선전전을 펼치고 어르신들과 도보단은 공청회에 참석
10:40 강제동원진상규명위원회 구성에 대한 공청회
도보단장이신 최봉태 변호사님이 '왜 돈까지 주면서 남의 나라 사람들을 죽이도록 하는가. 여기 와 계신 어르신들은 자신이 받을 돈 지금까지도 못 받고 있다. 후생연금, 공탁금. 모두 정부가 한일협정으로 막아서 못보게 하고 그래서 돈 못받는 것이다. 이라크에 파병한다고 쓸 돈을 우리 어르신들을 위해 사용할 수 있게 하자. 어르신들이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는 이유는 자신이 전쟁피해자로써 겪은 고통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기 때문만은 아니다. 노인, 청년으로 나누어져 있는 현실 속에서 서로 연대활동을 하는, 서로 돕는 사회, 그래서 힘을 합한 국민이 정부를 움직이고 국민의 소리를 듣게 만들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다. 청년들과 함께 하시라."는 내용의 발언.
아침 일찍 도착하셨던 정혜경 박사님의 위원회 구성에 대한 발언. 원폭 피해자, 성노예 피해자, 강제노동 피해자 등 각 분류의 피해자들에게 정부가 정의를 안겨주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언급하고 어르신들이 할 일, 우리가 해야할 일, 위원회 구성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등에 대해 발언. 현재 정부에서는 공무원에게 일자리를 주려고 위원회 구성안을 만들었다고 비판. (저의 생각: 사실 특별법을 어르신들이 어르신들을 위해 만들었지 공무원들을 위해 만들었나? 그토록 고생한 보람이 기껏 일제피해문제에 대해, 공무원 스스로도 인정했듯이, 제대로 인식조차 되어있지 못하는 공무원들이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나선다면 우스운 것 아닌가. 위원회는 피해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피해자들과 함께 해왔으며, 피해자들 문제를 연구하고 있는 학자들과 피해자들을 위해 백방으로 뛰며 노력한 활동가들이 맡아야 한다. 그래야 어르신들도 일을 제대로 맡기고 안심할 수 있다. 우리 국포모도 특별법을 위해 뒤지게 노력했다. 그런데 그렇게 밤새 컴타 앞에서 난리피우고 국회 쫓아다니고 집회 쫓아다닌 결과가 이제 공무원들 밥상 차려준 꼴 밖에 되지 못하게 생겼으니,,, 참으로 개탄할 노릇이다. 아니 막아야한다!!!)
-강제동원진상규명기획단에서 허광무, 윤명숙, 임송자, 표영수, 정혜경 등 국내에서는 메이저급 강제동원관련 연구자들이 새벽에 서울에서 내려와 도보단 티도 사고 후원금도 주고... 익산까지의 일정에 참여하기도 하셨다. 여러모로 감사드린다.
12:30 점심식사
1:30 방방뛰며 준비한 휠체어에 어르신들 태우고 도청앞에서 광주역까지 도보시작.
학생들이 파병철회의 깃발들을 들고 피켓을 들고 뒤따름. 느므느므 땀을 많이 흘렸다.
광주역이 5분 남았다고 큰 소리쳤다가(바로 제가 그랬음. ㅡ..ㅡ) 약 30분 더 걸었던 것 같음.
느므느므 더웠다. 아니 뜨거웠다. 샌들을 신고 있었는데 바닥이 아스팔트에 녹고 있는 듯 붙는 듯한 느낌이 있어서 걷기 불편했다. 그냥 신발가게 아저씨 말대로 계속 부츠신고 걸을 걸...
2:55 광주역에서 도보를 마침. 수지도 못하고 그곳까지 갔던 어르신들과 학생들 모두를 화장실도 가고 물도 마시고 좀 쉬시도록 하려고 했는데 워낙 단련된 우리 남총련의 멋진 대학생들이 자동적으로 대열을 정비하고 서있자 경비 아자씨 한 분이 마구 화를 냄. "여기는 영업장소이다, 그런데 이렇게 서서 손님들에게 위화감을 주면 되냐?"
뭐,,, 내가 보기에는 손님들이 위화감이 아니라 흥미롭게 바라보드구만...
하여간 우리는 해명하고 다른 여자분(화를 낸 경비원보다 좀 높은 직위)이 수습을 시작하고,,, 또 다른 (좀 더더 높은 직위) 경비원은 다가 오셔서 이런 일로 소란을 피우면 되냐며 여자분께 괜히 따짐. 저는 옆에서 이 여자분은 사태를 수습하신 분인뎁쇼.... 라고 함.ㅡ..ㅡ;;
하여간 여자분의 수습과 젤 나중에 오신 분들은 우리가 소란을 피우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쉴 수 있게 함.
쉬는 동안 최봉태 변호사님의 설명도 잇따르고, 잠시 후 학생들은 바닥에 앉아서 이용수 위안부 할머니, 이금주 회장님, 최순덕 독립운동가 등의 이야기를 들으며 정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이분들을 만났다는 사실에 대해 기뻐할 정도였음.
3:20 3시에 익산으로 출발하겠다는 일정이 늦어져서 서둘러 어르신들을 귀가하시도록 하고 우리는 일제피해자들이 젊은이들을 사지로 보내지 않겠다면서 뜨거운 아스팔트 길을 노구임에도 불구하고 걸으셨던 그 열정을 간직하고 익산으로 출발
출발 직전에 광주역 밖에서 쉬고 있는 학생들을 보고 '파병반대'라고 외쳤다.
이에 즉각 나오는 학생들의 응답... '투쟁!' 그 자연스러움이란...
이들의 투쟁활동이 지금쯤 이렇게 자연스러워질 정도로 지속된 것이라 생각되었다.
멋진 남총련 학생들,,, 정말 고마워요!!!!!!!
광주지역에서 도보단을 환영하고 일정을 정리해주신 국민행동측에도 감사드립니다!!
도보동안 뜨겁기도 오살게(전라도 사투리. '몹시'의 강조) 뜨겁더니 익산가는 길에 들은게,,, 천둥번개치며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고 한다.
5:35 익산역 도착. 유족과 시민단체에서 나오신 분들 약 60여명과 만나 첫 인사를 나눔.
와중에 뭔가 먹고 싶다는 도보단은 와중에 김밥을 허겁지겁 먹음. (도보단, 돼쥐~ 하긴 광주에서 장시간 뙤약볕에 걸었으니 배가 고픈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였다)
6:00~6:20 익산역에는 '1950년 미군의 이리폭격희생자위령비'가 세워져있고 바로 옆에는 '3.1운동기념비'가 세워져 있음.
2000년 10월 28일 비를 세움(전북도민의 정성으로)
다음은 익산미군폭격유족회장님의 설명:
1950년 7월 11일 화요일 오후 2시 40분경 폭격기 두 대가 이리역, 풍화, 풍악, 인아(지명 모두 불분명. 죄송합니다) 등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함.
지금은 오폭이라고 주장하지만 절대 믿지 않는다. 당시에 '흰 옷이든 검은 옷이든 사람만 많이 있으면 무조건 죽여버리라!'라는 군기밀 문서가 발견되었다. 이는 영국 BBC 방송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미국이 한국을 위해 전쟁한 게 아니다. 아프칸이 빨리 평정돼 이라크를 침략한 것이다.
이라크가 빨리 평정이 된다면 그때는 미국이 어떻게 할 것인가?
2002년 1월 말 이라크, 이란, 북을 악의 축이라고 부시는 말했다.
이라크 정권 이양이 된 후 평정되었다면 이란을 침공하고 북을 침공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북에 우리가 여러모로 지원하는데 정부가 누구를 거절할 것인가.
미국은 전세계 80여개국을 침공했다. 세계인의 미국에 대한 원망은 크다. 부시는 평화를 지향하는 것이 재선으로 가는 길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먼저 묵념을 하고 주최측(익산미군폭격유족회, 전북민중연대 등)의 배려로 도보단부터 위령비에 헌화를 시작. 곧이어 유족들과 함께 나온 시민단체들이 헌화를 마침.
50년 당시 나는 16살. 지금은 70세가 되었다.
이러한 천인공노할 일에 대해 도보단을 할 말을 잃었다. 가슴 아프다는 말은 해서 무엇하랴...
이후 자리를 옮겨 7시부터 도보시작.
오두희선생님, 피킷들과 마이크 잡고 열정적으로 시민단에게 호소를 하심.
이후 도보단, 열린우리당 조배숙 의원 사무실 앞 농성.
도보단에서 사용한 구호는 여러가지가 있으나 특히 새로운 익산만의 구호는(또는 전주 등 전북 포함? 익산의 재주꾼 유기만 씨의 선창) 부시 똥꼬(또는 감자) 노무현 똥꼬(또는 감자) 조배숙 똥꼬(또는 감자)하는 것이었는데, 감자가 그런 뜻인지는 몰랐다. ㅋㅋㅋ 그리고 또 더 있다. 이제 도보단이 각 지역에서 익힌 독특한 구호를 선보일 것이다. 아직 들르지 않은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지역민들은 준비들 하시라~~~
7:30분 롯데마트 앞 도착. 기다리던 시민들과 우리들 합류.
이라크파병철회를 위한 익산시민촛불집회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음. 우리 도보단을 위해 준비한 것이라고 함.
- 도보단 여러분 반갑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우리는 도보단의 평화를 지키려는 힘든 걸음에 경의를 표한다. 우리는 미군폭격으로 인해 전쟁의 참상을 몸소 겪은 사람들이다. 익산의 평화는 우리가 지키겠다.고 발언
2. 도보단 단장 인사: 최봉태
- 익산시민 여러분의 아픈 전쟁의 고통을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전쟁피해자와 함께 하였고, 바로 전 광주에서는 일제피해자와도 함께 했다. 전쟁을 하더라도 이렇게 산재한 과거의 전쟁문제를 푼 다음에 하라.
왜 우리가 위리 지배층을 인도하지 못하나? 비겁하고 나약한 대한민국 집권층은 우리를 이기지 못한다. 익산 시민들, 우리가 가는 길을 밀어달라.
3. 평화의 몸치들(도보단) 공연
- 익산 시민 모두와 함께 '올챙이쏭(반전평화의 쏭)'춤을 춤.- 사회자의 '배워보시라'는 종용(?)으로.. ㅋㅋ.. 하지만 즐거웠다.
4. 문신부님 노래(역시 몸치들, 난타준비)
기특한 과자, 종이비행기, 일로이김가를 역시 부르심. - 역시 폭발적 반응
- 내가 원래 이 노래들을 부르면 머리가 아파지곤 한다. 오늘은 그렇게까지 열정적으로 부르지는 않아서 아쉬운 마음은 있기는 하지만, 나머지는 서울까지 가면서 계속 부르려면 좀 아껴야 되지 않겠는가.라는 발언으로 시민들 모두 박수치며 자지러짐.
5. 일본군 위안부 이용수 할매: (하기때므로, 무엇때미로라는 경상도 사투리를 수시로 쓰심)
- (눈물어린 목소리) 빕니다. 노무현, 국민
제가 전쟁피해자이다보다 보니 다시는 그런 꼴 못 본다.
제발 젊은이들 보내지 마시라. 엎드려 사정하겠다.
보내려면 자기들 자식들을 머저 보내라.
필리핀이 부럽다.
6. 원불교 교무단 황성학 교무님
- 누가 중증장애인을 무더위 속에서 길거리로 내보냈나. 누가 지팡이를 짚고 길거리를 걷도록 내몰았나. 누가 정신대 할머니를 길거리로 내몰았나. 우리는 노무현 정권의 이러한 행위에 대해 다함께 분노하고 규탄해야 한다. 우리가 젊은이들을 사지로 내보내지 않겠다는 염원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다함께 투쟁하자!
오늘 우리 도보단은 광주에서 뜨거운 태양 아래서 일제피해자 어르신들과 함께 걸었고, 익0산에서 미군폭격 피해자 어르신들과 후덥지근한 바람을 맞으며 걸으면서 한차례 더 이 땅의 젊은이들을 총칼들고 남의 나라 사람들과 쌈박질 하면서 너도 죽고 나도 죽고 서로를 죽이는 전쟁터에 보내지 않으려는 피해자 어르신들의 염원을 엿보았습니다. 고개숙여 깊은 감사와 애정과 존경을 드립니다.
우리는 어르신들의 우리 젊은이들을 위한 애정어린 염원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내일 대전, 천안으로 떠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