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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향기 가득한....... 그러나, 지금은 화약과 포연만이.....
50년이 넘는 녹슨 포탄더미............
그것이 우리를 처음 맞이하는 '매향리대책위'건물의 첫 인사였다.
이곳에 철조망이 없다면, 드문드문 꽂혀있는 붉은 깃발들이 없다면 우린 이 곳이 무지막지한 미군의 폭겨장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너무도 고요하고 일상적이 이곳 매향리.........
그러나 사무실 길 건너에 골리앗처럼 우뚝 서 있는 철덩어리는 이곳에 얼마나 잔인하고 흉악한 역사가 숨어 있는지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수십종의 포탄피로 이루어진 그 골리앗은 붉은 몸으로 흉칙하게 치장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곳에 정말 거대한 이 골리앗을 물리친 '다윗'이 있었다.
"매향리 미공군국제폭격장 철폐를 위한 주민대책위원회"의 위원장 전만규위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폭격을 개시하는 때임을 아리는 붉은 기, 그 붉은 기가 서 있을 때는 매화향기 가득해야 할 이 곳 매향리가 폭격음과 화약내로 묻혀 버린다.
폭격을 알리는 그 깃발이 너무도 저주스러워 80년대 전만규위원장님은 폭격장을 둘러싼 철조망을 넘어 그 붉은 깃발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그것이 이 곳 매향리 폭격장 폐쇄운동의 신호탄이 되었다고 한다.
그 일로 결국 이 거대한 미군의 폭격연습장을 폐쇄시키는 승리를 가졌다.
그러나 지금 대책위사무실을 한켠에는 미군의 폭격으로 인해 사망한 180여명의 이름이 적혀있으며, 그 죽은 원혼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는 글귀가 여기저기에 보인다.
이 나라 어디에서건 미군의 손길이 닿는 곳이면 어김없는 학살과 폭력의 그림자를 지워 버릴수가 없는 것이다.
위원장님의 안내에 따라 농섬이 보이는 작은 포장마차로 가게 되었다. 이 곳이 바로 전위원장님이 운영하시는 가게라고 하셨다. 굳이 이 바닷가에 이런 포장마차를 만드시게 된 것은 미군의 폭격을 직접 눈으로 보게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하였다.
저공비행하며 농섬에 기총사격을 가하는 미군기를 보며, 우리는 아직도 전쟁 중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너무도 푸르러서 농섬이라고 불려진 그 섬이 작아지는 만큼 우리 민족의 숨통도 그만큼 줄어들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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