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일은 7시에 일어났다.
어젯밤 회의를 통해 일본으로 가야하는 대구팀과 속속 계속되는 유랑단의 일정에 의해 이 팀들은 지방으로 내려가야만 한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아침 일찍 일어나서 청소하고, 마지막 점검을 한 후 열린공원으로 가기 위해서이다.
밖에서의 청소, 집안에서의 청소...
이후 도보단은 단원 각자에게 A4 이면지에 메세지를 적어 전달한답시고 배를 깔고 엎드려서는 깔깔거리며 계속 글을 쓴다.
나는 밖에서 숙소에 있던 강아지하고 놀았다. 왠지 방에 있고 싶지 않았다. 숙소에 처음 들어온 날 밤 별명을 '도보'라고 지어준 이 강아지하고 있고 싶었다. 역시 단순한 머리에서 나오는 기막힌 이름이다. 클클....
근데 욘석아, 밤새 보이지 않더니 어디 갔다 온 거니? 야, 임마! 물어뜯지마! 내가 네 밥그릇에 있는 고기냐?
숙소는 참 예뻤다.. 내가 좋아하는 그런 종류의 집이다. 질경이, 애기똥풀, 가을강아지풀, 여뀌 등이 잔디 대신 자라고 있는 넓은 앞마당, 더구나 내가 좋아하는 수국까지... 비록 심한 가뭄에 약간은 생생한 맛이 없었지만... 그리고 한편에 예수님을 모시놓고 사람들 이름이 작은 나무토막에 적혀 주렁주렁 걸려놓은 작은 성소..
넓은 베란다, 튼튼한 이층 집, 집을 타고 올라가는 저 멋진 담쟁이 덩쿨....
깻잎, 토마토, 고추, 호박 등이 자라는 텃밭이 있는 넓은 뒷 마당. 안중근 의사의 사진이 붙은 넓은 성소. 성소 앞에 자전거를 세워둘 공간도 있다.
이곳은 참 오래되고 평화로워 보였다. 원래는 외국인 수녀님들 거처로 사용했었다고 한다.
음.... 축성식도 올렸다는데, 혼자 살면 어떨까....
이곳은 가서 머물고 싶은 사람은 그냥 가서 머물면 된다고 한다. 진정 사람들을 포용하는 곳이라고나 할까...
이곳을 보는 것은 적어도 도보일정 중에는 오늘이 마지막 날이될 터이다.
나는 다시 올 기약이 없는 만큼 곳곳을 눈에 익혀두고 기억하고 싶었다.
다시 만나면 도보는 날 기억할까??
짜아슥.. 개답지 않게 사람을 마구마구 할퀴고 물어뜯다니. 대략 똥개로고~~~
우리는 쓰레기까지 쓰레기봉투에 담아 한켠에 두고 짐을 모두 싸서 밖으로 나와 다시 올라온 황금마차(최창현 회장님 차)와 꽃마차에 실은 후 택시에 나눠 탄 뒤 열린공원으로 갔다.
시종일관 우리를 웃게 만들었던 택시 운전사가 혼쾌히 택시비도 깍아주시고.. ㅋㅋㅋㅋ
10시 반쯤 도착한 것 같다.(어제부터는 일지에 시간을 제대로 적지 않아 좀 뒤범벅이 될 터이다.)
공원에 가득한 천막들... 단식 농성단, 철야농성단...
하지만 우리는 역시 무거운 파병반대라는 주제를 가벼운 마음으로 대한다.
11시 반. 우리는 여기가 정리가 되면 국민행동에서 준비한 버스를 타고 경기도 광주로 갈 참이다. 그래서 이르지만 점심을 먹고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1시. 점심 식사 후 공원에 다시 모였다.
갖가지 현수막 중에 '전국빈민연합/전국노점상연합, 전국철거민연합'이라는 것이 눈에 띈다.
전국노점상연합.... 어제 본 거 아닌가. 반갑다.
1시 10분 경기도 광주로 이동준비.
티비카메라도 보인다. 언론통제에 대한 나의 견해는 억측일 뿐이었나...
하여간 티비카메라가 보이니 결국은 왔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민중가를 부르며 출정 준비를 한 후 버스에 올라탔다.
1:25분 출발
3시 경기도 광주도착
- 너무 뜨겁다. 저기 부대쪽으로 떨어지는 낙하산들이 보인다. 우와.. 저게 티비로만 보단 낙하산인가.. 저렇게 높은 데서 떨어지면서도 기절 안 하는 것 보면 신기하다. 군대를 안 가봐서 그런지 노해야 할 부분에서 감탄사가 나온다.
음음... 우리 대신 부대에서 약 100미터 전방에 바리케이트를 경찰들이 대신 쳐주었다.
예상은 우리가 바리케이트를 치고 자이툰 파병군을 막을 생각이었는데 말이다.
예상외로 경찰들 수가 적다. 광화문 4거리에서만 해도 우리보다 수십배는 많은 경찰들이, 닭장차가 우리를 에워싸지 않았던가..
비록 119 구급대나 소방차(윽! 저걸로 물 뿌리려나) 등이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 이상하다...
부대 앞에서의 발언이나 풍물패 등에 대한 소개는 생략하기로 한다.
이리저리 많이 옮겨 다녔기 때문에 잘 받아적지를 못한 이유도 있다.
중간에 별음자리표 님이 '총을 내려'를 부르는 동안 우리 도보단들이 나가서 빈 생수통으로 박자를 맞춘 적이 있는데 아까보니 오마이뉴스에 동영상으로 올라가 있길래 자유게시판에 올려두었다. 여러분들도 보시라.
우리는 누워서 '이라크 파병, 가려거든 우리를 밟고 가라!'라면서 우리 도보단의 메세지를 구호로 사용하는 것을 듣고 '먹혔다'라면서 ㅋㅋ 약간의 만족감을 느끼면서 뒤로 한 두 번의 순서 후에 집회를 끝내고 우리가 버스로 광주까지 이동하는 동안, 그리고 집회 때 적은 평화의 메세지가 담긴 편지를 단식 중인 대표단들이 자이툰 부대로 들어가 전달할 수 있기를 요청했다.
그러나 역시 움직이지 않는 경찰들...
시간은 흘러가고,,,, 우리는 결국 바리케이트를 걷어내고 밀고 들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바리케이트를 걷어내는 데도 경찰들이 가만 있는다. 이상하다.
밀어부치기 시작!
경찰들이 밀려난다. 잠시 후 뿌려지는 하얀 무엇.
처음 맡아본 냄새다. 최루탄도 아니고.. 사방에서 '콜록 콜록 이게 뭐야"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도 이게 뭐야 그랬다.
잠시 후 소화기에서 나온 진화용 가루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눔들! 우리가 가뭄에 타오르고 있는 담배꽁초 불이라도 된 단 말이냐?
경찰들이 물러난다. 우리는 경찰들 바로 앞에서 손을 들어 멈추기를 신호하면 밀기를 멈췄다. 이런 것보다 우리 협상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해서 신부님께 말을 걸어보았지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른 게 없다고 하신다. 30년 경험에서 나온 말씀이다.
또 밀어부치기. 물러나는 경찰들, 양 옆 마른 고랑으로 떨어졌다가 경찰들 대오 뒤로 가서 다시 붙는 경찰들... 언덕 위로 수많은 기자들,,, 깃발을 들고 언덕으로 올라가서 경찰들 너머 자이툰 부대로 들어가기를 시도하던 학생들과 경찰들 몇 명이 한판 붙는다. 달려드는 기자들.
또 밀어부치기. 양 옆 고랑으로 떨어지는 경찰들. 위험해! 조심해! 소리지르는 학생들. 학생들에게 조심해! 다쳐!라고 소리지르는 경찰들.... 이상해~ 이상해~
물론 우리가 우리 모두를 위해 이런 집회를 하고 있다는 것을 경찰들도 알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위대에 의해 대오가 자꾸 밀리거나 하는 것은 상부의 명령이 있지 않는 한 큰 기합거리 아닌가.
우리는 또 멈췄다. 날아오는 돌덩이들... 최종수 신부님 발에 떨어져 다쳤다. 보이진 않았지만 머리가 깨진 학생들이 있나부다. 학생들을 포함한 우리 측에서는 경찰들로부터 획득한 보호대 등을 경찰들에게 던져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계속해서 외쳤다. "우리는 여러분들과 싸우려 온 것이 아닙니다. 길을 터서 우리가 자이툰 파병군들에게 편지를 전달하도록 해주십시오"
나는 옆으로 빠져나가 병사들 뒤편으로 갔다. 뭐,,, 보기에 시커멓게 탄 것이 꼬락서니가 영 울나라 사람 같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정말 막을 생각이 없어서인지 경찰들, 나는 그냥 내버려둔다. 내 뒤로 몇 명 따라들어온다.
갑자기 "뚫었다!"라는 소리가 들리고 몸싸움 하던 깃발을 든 학생들과 몇 명이서 경찰들을 뚫고 나온다. 앞에서도 두어번 "뚫은" 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경찰들이 퍽 막으려 하는 것처럼 보이질 않는다. 이상하다.
길 양쪽에 있던 바리케이트쪽으로 사람들이 밀리면서 쓰러진다. "위험해! 다리 조심해!"라고 동시에 경찰이 되었건 학생이 되었건 서로에게 외치는 경찰들, 학생들....
옆에 있던 소화기를 치우면서 뒤로 빠지는 경찰들... 나는 "우리한테 소화기 또 사용하려고 그러냐?"면서 따졌는데, "아니 치우려고 그런다"라고 한다. 역시 치우려고 하는 것 같다. 소화기 밑으로 있던 곤봉들도 치워졌다.
결국 그 길로 우리는 우왕좌왕(?) 정문 앞까지 다다랐다. 어유~ 담 뒤쪽으로 세워져 있는 경찰차들 좀 봐라. 많기도 하네... 참 징상스럽다.
통일선봉대 학생들이 경찰들 바로 앞에 자리 잡았다. 뉴스에 보도된 사진들을 보면 알겠지만 우리가 경찰들 앞으로 가서 앉으면서 무대가 없어졌기 때문에 통선대 학생들이 경찰들 바로 앞에 앉아서 뒤 돌아앉고 통선대와 나머지 시위대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 무대를 마련했다.
한편에서는 생전 처음보는 철조망(군대 가본 남자들은 알리라)을 치우고 있었다. 무시무시하게 생겼다. 만져보니 윽! 저거..... 걸리면 끝장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야, 이거.... 생긴 것만 철조망이지 꼭 쥐덧 같군..
이제 그야말로 연좌농성이 시작되고 있었다.
우리 아버지, 형, 오빠, 동생들을 사지로 보내지 않으려는 우리들의 절규였던 것이다.
저 멀리 군용헬기가 보이고 부대에 내려앉는다. 다섯대?
아무리 보아도 전투용 헬기처럼 보이진 않는다. 군인수송용헬기같다.
저게 뭐예요?라고 묻는 우리 젊은 도보단에게 저거 군인들 실어나르는 헬기 같은데..라고 대답하고 나서 잠시 후에 군대 경험이 있는 변 선수(똥칠이)에게 물었다.
"저거 군인 수송하는 헬기다. 8~90명 정도는 탈 수 있을 거다. 탱크도 실어나르는 막강한 헬기다"라고 대답한다. 우와... 자체만으로도 무거워 보이는데 탱크를...!
날이 어두워졌다. 역시 "먹고 합시다"를 외치는 우리 도보단.
도보단 중에 가장 나이가 어린 네 사람과 늙수구레 부류인 내가 꽃마차 지붕 위로 올라갔다. 내가 올라가면 꽃마차 쭈그러들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ㅋㅋ
다행히 꽃마차는 별 탈 없이 식당 앞에 도착했고 우리는 내려왔다.
잠시의 논의로 우리는 1식사 후에 갈 사람은 가고 남은 사람은 남기로 결정했다.
단장님이 대구에서 올라오고 있다는 소식이다. 안 먹고 기다릴 것인가! 먹고 기다릴 것인가!
역시 먹고 기다리자가 승리했다. ㅋㅋ
우리는 갑작스러운 손님들로 북새통인 식당 앞마당에 자리를 펼치고 앉아서 오랜 시간 기다린 후에 냉면이며 비빔밥을 먹기 시작했다.
식사 후 지방으로 내려갈 황금마차와 꽃마차에 짐을 나눠 싣고 나는 내 짐을 내렸다. 나는 오늘 밤 여기에 있을 거다. 우리를 밟고 가든, 밀고 가든, 잡아가든 알아서 해라.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끝까지 가보겠다.
짐을 싣는데 대구에서 올라오신다던 단장님이 도착하셨다. 어.. 허술한 모습을 보아하니 많은 고민을 하신 흔적이 눈에 보이는군... ㅡ..ㅡ;;
"양장을 한 모습을 보니 이제 좀 변호사님 같다"라고 하는 소리가 들린다. 도보기간 내내 죽 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의 변호사님만 봤으니 그럴 법도 하다.
단장님, 부대에 후문이 있다신다. 여기에서 약 3킬로 떨어져 있다하신다...
혹시 후문으로 파병군을....?
단장님과 함께 차를 타고 대구에 갈 팀은 떠났다. 꽃마차도 유랑단을 싣고 떠나고 황금마차도 최창현 회장님을 싣고 떠났다.
변 선수와 나만 남았다. 변상철, 김보나,,, 이 두사람을 가리켜 감히 "변보나"라고 일컬은 짝퉁 박정희 대통령을 응징할 때를 기다리며 내 가방을 우선 가까운 편의점에 맡긴 후 우리는 부대 정문 앞으로 갔다.
정문 앞은 무슨 축제라도 벌인 듯 하다. 각기 자기 소속단체들끼리 그룹을 지어 떠들고 논다. 어떤 춤을 추고 어떤 노래를 부르건, 주제는 '파병철회', '반전평화'이다. 우리는 평화를 갈구하며 마음 깊이에서 느끼는 불안감을 떨치며 신명나게 노는 젊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미래의 '희망'을 보았다.
하늘에 구름이 낀다. 계속해서 "헬기로 갈 거 같아"라고 말하는 변선수. 나도 그런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사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를 밟고 가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연기를 시키든 막든 할 것이다는 생각이 강해서일까...
농담도 주고 받았다. 진작부터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부대 앞 땅에 구덩이를 파고 변선수를 묻은 다음 양 팔을 공구리친다. 그러면 공구리 깨는 데에도 사흘 시간이 걸리니까 사흘간은 파병이 미뤄질 것이다"라는 농담 아닌 농담을 해 왔기 때문에(여기 전라도 광주에서는 공구리라는 말을 안 쓰기 때문에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먹었음) 변 선수가 "만약에 나를 공구리 쳤는데 파병군이 하늘로 간다면 얼마나 허망하겠어? 쪽팔릴거야."라고 한다.
농담이지만, 공구리를 치든 안 치든 파병군이 하늘로 가지 않기를 바란다. 아니 지상이근 창공이든 가지 않기를 바란다. 안 간다면 공구리를 쳐서 쪽팔리는 일이 생기더라도 우린 모두 기껍고 기쁠 것이다.
아까 부대에 내려 앉은 헬기가 신경 쓰인다.
우리가 앉아있던 자리가 제법 길기 때문인지 길가던 기자 두 명이 옆에 앉게 해달라고 한다. 뭐 혼쾌이 예쓰!
시간이 지났다. 몇 신가.. 잘 모르겠다. 밤이 깊은 시각이었는데 기자 하나가 우리 옆에 앉아있던 다른 기자에게 가까이 와서 말을 건다. 워낙 작은 소리라 온 신경을 집중하고 엿들었다.
"밤새 여기 계셨나요?", "아뇨, 저는 지금 왔습니다", "소식을 들었는데, 거기에서도 이렇게 여기에 올거라는 거 다 알고 있어요. 모를 리 없지요. 파병군들 환송회는 아까 낮에 다 끝났고요, 새벽 5시쯤 헬기로 수송할 거라고 합니다."
변 선수 말이 맞았다.
전화. 7시에 성남 아니면 오산에서 비행기가 뜰거라고 한다.
갈거냐? 아니... 우리 여기에서 헬기 뜨는 것만 보고 그냥 가자...
새벽 2시나 되었나... 피워놓은 모기향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모기가 자꾸 문다. 와중에 잠이 든 변 선수. 어유.. 저런 유부남을 옆에 두고 나처럼 꽃다운 처녀가 밤을 새야 하다니~ 어유~ 처량한 내 신세~~~
나도 잠이 들었다. 대략 한 돗자리를 깔고 덮고 잤으니 동침인가. 헹~
한 시간 가량 잤나... 걱정이 되어서 못 자겠다.
일어났다. 변 선수도 일어났다.
3시. 소음이 들린다. 무슨 소리인지 잘 알아먹지는 못했다. 두두두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3시 반? 두두두두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헬기 소리인가.... 아직 떠들고 있는 학생들을 향해 소리쳤다. 잠깐만 조용히 해봐요. 헬기소리가 나는 것 같아요.
4시 15분. 뚜렷한 헬기소리...
4시 30분..... 드디어 뜨는 헬기.... 세대? 어두워서 보지 못했다. 변 선수, "저기 간다!"라고 한다.
"900명 1차 파병이라면서 헬기 한 대에 8~90명이면 왜 저러고 끝나는 거야?"
"저 수송기가 갔다가 돌아와서 2차로 실어나르겠지."
4시 45분, 날이 많이 밝아졌다. 돌아오는 헬기들... 보인다. 다섯 대이다.
그럼 한 대에 90명 씩, 다섯 대씩 두 번.... 그럼 900명 맞는 건가....
변 선수, 한마디 한다. "내 말이 맞아. 아까 그 소음은 헬기를 예열시켜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소리가 나니까 정문 뒤쪽에 있던 경찰들 차량들을 시동을 걸어서 지속적으로 소음이 나게 해서 그 소리가 안 들리게 한 거야."
5시 아까 돌아왔던 5대의 헬기가 다시 뜬다. 우리의 가슴을 뚫고지나 저쪽 하늘로 사라진다. 우리 군인들 목숨을 싣고 미국의 전쟁에 갖다 바치기 위해 도망치듯 간다.
학생들, 곧바로 자리를 정리하고 성남으로 가는 버스에 후다닥 올라탄다.
변 선수와 나는 집행부에게 다가 가기 위해 정문쪽으로 움직였다. 그런게 갑자기 터지는 카메라 플래쉬.
오냐, 찍어라. 찍는 건 좋은데 왜 하필 시위 시작 때가 아니라 판 다 끝난 다음에 찍는 것이냐? 쯔쯔...
우리는 편의점에서 짐을 찾아 가까운 목욕탕에서 씻은 후 서울 동부터미널로 가서 껄끄러운 입 속에 아침 밥을 급히 쑤셔 넣은 후, 변 선수는 서울 자기 집으로, 나는 광주로 내려왔다.
우리의 파병반대 도보는 이렇게 끝났다.
우리 아까운 청년 군인들을 미제의 아가리에 쳐넣는 꼴이다.
싫다.
한국이 싫다.
한국 사람 하기 싫다.
한국 정부, 도대체 너희들 뭐하는 정부냐?
불질러 버리고 싶다.
우리 청년들, 빨리 되돌려 주지 못해?
이제 더 이상 한국정부의 실체는 보기도 싫다.
내 존재가, 내가 한국인임이 부끄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아니, 좌절하지 않으리라.
한국정부는 한국정부가 아니므로 해체되어야 한다.
노무현! 당신이 우리 오빠를 죽이는 거야!
기억하리라!
한국인의 이름으로 당신이 국민에게 어떤 죄를 저질렀는지 꼭 기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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