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바다가 성을 내면 무서운 이유는 그 속에 온 산과 온 계곡에서 흘러 내려온 무수한 실개천의 맑음과 의지가 모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금 이라크 파병철회를 위해 함께 바다로 가고 있는 실개천입니다'
이라크파병반대와 인류평화를 기원하는 울진사람들의 모임인 '울진평화모임'이 강물이 되어 열대야를 식혔다.
울진평화모임은 29일 저녁 7시 울진군청앞 거리에서 평화를 상징하는 촛불로 환하게 밤을 밝히며 세계평화를 위한 노래를 불렀다.
한 달 넘게 군청 앞 거리에서 피켓시위와 파병반대 서명운동을 벌이며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해 온 울진평화모임은 29일 밤 모두 한 곳에 모여 강물이 되어 흐르며 평화를 지켜나갈 것을 다짐했다.
'우리가 보내야 할 것은 군대가 아니라 평화입니다'
앳된 소녀가 읽어 내려가는 '평화선언문'은 마침 열대야를 잠재우는 듯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퍼져나갔다.
“우리가 끝내 지켜주지 못한 청년의 죽음 앞에 죄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에서 비롯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우리는 국적이 같은 그 청년 뿐 아니라 그 이전과 이후에 수없이 죽어간 이라크 사람들과 미군 병사들의 죽음 앞에서 전쟁의 참혹함을 다시금 온 몸으로 끌어안아야 했습니다(......) 우리는 고작 내 일터에서 내가 맡은 일을 하고, 내 가까운 식구, 이웃과 더불어 넉넉한 마음으로 살아가기에도 벅찬 아주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만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결코 이웃 나라 사람들을 괴롭혀 빼앗아 오는 이익으로 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결코 침략군을 보낸 나라의 백성으로 살고 싶지 않습니다(......) 노무현 정권은 똑똑히 알아야 합니다. 당장 파병을 철회하고 서희·제마 부대를 되돌아오게 하십시오. 우리가 이라크에 보내야 할 것은 군대가 아니라 평화입니다.”
평화선언문이 고요하게 그리고 또렷하게 울려 퍼지자 일제히 색색의 풍선이 밤하늘로 날아올랐다.
밤을 밝히며 손에손에 마주 들은 촛불이 평화의 춤을 추었다.
촛불은 이제 어둠을 사르고 밝음을 가져다주는 단순한 불빛이 아니라 생명을 폭압하는 공포를 물리치는 저항의 들불이었다.
평화를 염원하는 시 낭송도 있었다.
포탄 쏘지 마세요/ 꽃 피는 나무에 총 쏘지 마세요/ 새들이 날아다니는 하늘에/ 총질하지 마세요/ 우리 엄마는 아기 가졌어요/ 우리 엄마에게 총 쏘지 마세요/ 내 동생은 두 살/ 아직 걷지도 못해요/ 내 동생에게 총 쏘지 마세요/ 제발 포탄 쏘지 마세요/ 전자 폭탄에 친구들이 죽어가요/ 검은 화염에 친구들이 죽어가요/ 거센 불길 속에 친구들이 죽어가요/ 우리가 놀던 골목에 폭격하지 마세요
김용택시인의 시 '꽃 피는 초원에 포탄 쏘지 마세요'가 낭송되는 시간, 사람들은 모두 숨죽이고 먼 이국 당에서 죽어간 고 김선일씨가 부르짖던 생명의 절규를 떠올렸다.
어린 학생들이 직접 쓴 시와 편지글을 읽었다. 또 어린 학생들이 평화의 노래를 함께 불렀다. 함께 한 많은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며 울먹였다.
부구중학교 3학년에 다니는 원은실 학생이 직접 쓴 '김선일 아저씨께 보내는 편지글'을 읽었다.
원은실 학생은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며 '많이 죄송하다는 말부터 하고싶다'고 전하고 ' 이제 더 이상의 희생자가 없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이렇게 한자리에 모였다'며 '부디 그 곳에선 평안하시라'며 울먹였다.
세살박이 어린아이를 둔 어머니 한 분이 '부끄러운 나라, 부끄러운 어미'라는 제목의 쪽지글을 읽었다.
어머니는 '부끄러운 나라에 살고 있는 부끄러운 사람'이라고 고백했다.
또 어머니는 '어릴 적부터 남을 때리지 말라고 배웠고 자식에게 약한 자를 때리지 말라고 가르쳐 왔으나 이젠 아무 것도 가르칠 수 없다'고 절망했다.
'수 천 명의 아이들이 폭격을 피하려고 숨어있는 지하실에 정확히 명중시키는 나라에 손뼉을 치는 사람' 못난 사람이라고 고백했다.
어머니는 그러나 '오늘 평화의 모임이 끝나면 학교에 가서 도덕책과 사회책과 국어책을 모두 없애버리겠다'고 목소리를 세웠다.
사람들은 따뜻한 손을 마주잡고 긴 강물이 되어 흘렀다.
두 시간이 넘도록 강물이 되어 흐르던 사람들은 가슴 가득 '평화'를 아로새기고 다시 손을 맞잡을 것을 기약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라크파병반대와 평화를 기원하는 사람이면 어느 누구나 '울진평화모임(peaceuljin, 다음카페)'에서 함께 강물이 되어 흐를 수 있다.
같은 날 저녁 7시에 대구에서는 '이라크파병반대 대구경북시민행동'이 '이라크 파병, 그 본질과 우리의 대응'이라는 주제를 놓고 토론회를 가졌다.
비상국민행동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는 이태호씨가 기조발제를 했으며 정희석교수, 성기섭변호사, 대구참여연대의 강금수,오택진 등 활동가들이 '국제군사정치와 한미동맹', '대구지역 이라크파병반대운동 평가 및 방향', '헌법과 전쟁, 그리고 이라크파병'이라는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여 파병반대의 이론적 틀을 마련했다.
남효선 기자 nulcheon@ngotimes.net">nulcheon@ngo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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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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