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이라크 총선은 성공했나 |
이라크 총선은 성공했나
[미디어오늘 2005-02-06 00:00]
[미디어오늘] 지난달 30일 치러진 이라크 제헌의회 선거의 본질은 ‘이라크와 세계를 향한 미국의 선언’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이 수행한 ‘이라크 자유 전쟁’이 이렇게 민주주의의 이식으로 나타나고 있지 않느냐, 이라크인들에게도 후세인 독재가 끝나고 이제 민주주의를 맛보지 않느냐며, 미국의 노력을 한껏 과시한 자리로 볼 수 있다.
부시 미 대통령은 이번 선거가 치러졌다는 사실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날은 이라크 국민에 위대한 날이다.
이라크 국민들은 테러를 거부하고 민주적 선거를 함으로써 세계 사람들에게 자유의 목소리를 전하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외신은 전하고 있다.
이라크 총선에 대해 “자유와 민주주의의 확산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그런 목소리들이 한국 언론에도 자주 등장했다.
이번 선거가 이라크 건국 사상 최초의 민주적인 투표였다는 점을 한국 언론들도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최초일 수는 있어도 민주적인 선거는 아니었다.
전국을 단일 선거구로 하는 정당명부제 선거 방식도 그렇지만, 지연과 혈연, 종파와 당파적 이해관계가 그대로 노출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것은 올바른 의미에서의 자유 투표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총선 이후 가장 우려되는 점이 있다.
선거 전부터 계속 이어진 선거 반대 무장조직들의 테러 행위가 만만치 않았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것은 선거 이후 이라크의 확연한 내부 갈등 요소이다.
결국은 국가 분열로까지 갈 수도 있다.
미군 존재하는 한 저항은 계속
가장 큰 변수는 확실한 거국 연정 구성이나 정권 분배가 아니라 미군의 존재 여부이다.
수니파 저항세력은 정권을 잡기 위하여 정권 확보 투쟁을 전개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투쟁 명분은 바로 미국을 비롯한 외세 축출이다.
이들이 외세로 규정한 미군의 존재가 계속 남아있는 한 무장저항은 계속될 것이다.
게다가 결국은 새로이 구성되는 정권도 친미 예속 정권으로 규정하고 대정부 투쟁이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라크에서 공인된 시아파 정권이 출발하게 된 점은 의미있는 대목이다.
중동 지역에 새로운 전기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이란·이라크를 축으로 바레인·시리아·예멘·레바논 등 시아파가 상당수 거주하고 있는 국가들이 묶이는 ‘시아파 초승달 지역’을 형성하면서 세력 균형의 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수의 한국 언론에는 이라크 시아파 정권의 시작을 ‘위협’으로 보는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
결과적으로 이라크 시아파 정권의 호전성이나 이란과의 연계성에 대한 의혹 부추기기 전술에 놀아난 셈이다.
이라크 시아파 정권은 시아파만의 단독 정권이거나 이라크 시아파 정치 세력들이 친이란계 이슬람 시아파 공화국 건설에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 분명하다.
이번 이라크 선거는 오락가락하는 일이 많았다.
한국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 중의 하나가 투표율이었다.
선거 전부터 투표율이 이번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승부처로 평가됐다.
그래서인지 선거 전부터 투표율 관련 기사가 줄을 이었다.
그러나 투표율 관련 기사에도 빈틈은 있었다.
한국 언론, 외신 의존 여전
이라크 선거관리위원회측은 “(30일) 오후 2시 현재 72%의 잠정투표율을 기록했고, 바그다드 인근에서는 최고 95%의 투표율을 보인 지역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더니 투표 종료 후에는 약 800만명이 투표해 60%를 약간 상회할 것이라고 추정 발표했다.
“유혈테러에도 불구하고 투표율 60% 넘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들이 언론에 가득했다.
완전한 투표 결과가 나오기에도 수일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그런 가운데 신속한 투표율 공개가 주는 의미는 상당해 보인다.
투표율 60%에 집착하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선거 전 미국 측에서는 이번 선거의 투표율이 60% 정도 될 것으로 예상했다.
60%는 이번 선거의 정통성을 부여하는 마력의 수치로 부각되곤 했다.
투표율 50%는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다.
이라크 선거관리위원회가 800만명이 투표했다고 할지라도 투표율은 56%에 불과하다.
수니 삼각지대를 포함하는 바그다드, 팔루자 및 라마디의 안바르주, 북부 모술의 니네바 지역, 사담 후세인의 고향인 티크리트가 속한 살라훗딘주에서의 투표는 극히 저조했다.
이라크인의 40% 정도가 이 지역에 살고 있다.
그러면 이들 4개 주를 제외한 14개 주에서는 거의 전체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했다는 말이 되는데 이는 엄청난 추정이다.
한국 언론은 이번 이라크 선거를 보도하는 과정에서도 외신들에 적극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 취재진에 현장에 없었다는 점이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외신 기사에 대한 변별력과 현장에 대한 이해부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김동문 / 중동전문자유기고갇미 LA체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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