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이란 밤시에서 보내는 편지 |
이란 밤시에서 보내는 편지
미국의 이란 침략 가능성에 불안 고조
한상진 (기사입력: 2005/02/07 23:23)
이라크 선거가 끝났습니다.
선거에 대한 여러 분석들이 있습니다만, 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중에도 수십명이 죽었습니다. 하지만 일단은 투표를 통해서 독립을 이루려는 시스타니의 의도가 일단은 먹혀든 것 같습니다. 수니파와는 달리 시아파는 시스타니를 중심으로 비교적 단합이 잘 되는 편입니다. 그래서 시스타니가 투표를 독려하는 교서를 발표하자 많은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시스타니는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사람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이라크 정권이 현 정권처럼 무조건적인 친미로 나가지는 않을 것이 확실합니다. 그가 반미성향이 강해서가 아니라 합리적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브레머가 만든 말도 안되는 여러 법안들 중 상당수는 그의 손으로 폐기될 것입니다. 쿠르드족 역시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 미국에 협력하고 있는것은 절대 아닙니다.
단지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 잠시 미국과 손을 잡은 것일 뿐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이익과 미국의 이익이 반할때는 언제든지 미국으로부터 등을 돌릴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은 앞으로 이라크에서 자신들의 의도대로 이라크를 통치한다기 보다는 이라크의 제 정파들에 발목이 잡혀 그들이 미국으로부터 등을 돌리지 않기만을 바라면서 이들의 상반되는 요구를 모두 수용해야만 하는 곤혹스러운 처지로 몰릴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앞으로 이라크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직 불확실합니다. 투표를 기점으로 상황이 급속도로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고, 또는 각 종파간 그리고 정파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져 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은 앞으로의 이라크 상황을 예측하는데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은 이라크보다 조금 먼저 미국의 침략을 받았고 또 이라크보다 조금 먼저 미국에 의해 선거가 실시되었습니다. 그리고 선거이후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민주주의가 정착되었다며 스스로 대단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은 여전히 혼란스럽고 이라크와 마찬가지로 외국인들에게는 대단히 위험한 지역입니다.
이란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나라입니다. 양국의 난민들이 다수 이란에 들어와 거주하고 있으며, 또 많은 이란 사람들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드나들고 있습니다. 여기 이란에서 얼마전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국제사회는 이라크를 세계에서 외국인들에게 가장 위험한 나라로 간주하고 있지만, 이곳 이란 친구들은 이라크보다 아프가니스탄을 더욱 위험하게 보고 있었습니다
이란 사람들 중 상당수가 제게 꼭 가야만 한다면 이라크엘 가는 것은 말리지 않겠지만, 아프가니스탄은 절대 가지 말라고 충고를 해 왔습니다. 이라크에서는 최악의 상황에서는 미군의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너를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게 그들의 주장이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이 얼마나 혼란스러운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인것 같습니
다.
필자가 자신의 근황에 관하여 전해온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 정부의 집요한 방해로 아직 이라크로 들어가지 못하고 이란에 머물고 있습니다. 물론 급한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잠간씩 이라크에 들어갔다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 이라크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는 합법적으로 입국해야 합니다. 그래서 비자를 신청한 후 기다리고 있는데, 기독교 선교사들과 마주쳤고 그들이 한국 대사관에 보고를 한 것 같습니다. 대사관에서 비자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연락이 왔더군요.
이란에 머물면서 몇가지 다른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먼저 일년 전에 있었던 이란 밤시의 지진 피해지역을 방문했습니다. 밤시의 자세한 이야기는 시사저널에 기사를 보냈읍니다만, 간단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지진발생후 1년이 지나도록 복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만,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이제 밤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가물거리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 쓰나미 참사가 겹치면서 밤시는 완전히 잊혀진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밤시의 지진 피해는 단일 도시로는 어느 쓰나미 피해지역보다 그 규모가 크고 심각합니다. 밤시의 복구가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경제적 이유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부패한 이란 정권이 해외에서 전달된 구호기금들을 주민들에게 전달하지 않고 착복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보다 못한 일부 외국의 구호단체들과 UN기구들이 현지에서 직접 구호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물론 이란 중앙정부는 거의 개입하지 않고있습니다. 이란 밤시에서 구호사업을 하고있는 한 영국의 구호단체가 밤시의 사람들이 직접 사진을 찍어 스스로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진을 런던에서 전시회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사진을 한국에서도 전시하여 밤시에서 일년전에 무슨 일이 발생했었는지 다시 한번 한국사회에 상기시키는 작업을 하고자 합니다.
다음으로 미국에 의한 이란 침략의 가능성이 점점 높아져 가고 있습니다. 미국의 이란 침략을 막기 위한 활동을 구상하고 있으며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2년 전에 노벨평화상을 받았던 시린 에바디를 포함한 여러 이란 친구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 누고 있습니다. 현재는 네트워킹을 하는 단계이고, 만약 이란을 상대로 한 전쟁이 구체화될 조짐을 보이면 이 네트워킹을 이용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수 있을 것입 니다.
이란에서의 일정이 모두 끝날때까지 합법적으로 이라크에 들어갈 수 없게 될 경우에는 잠시 이탈리아에 들를 생각입니다. 이탈리아에서도 부시와 블레어의 전쟁범죄에 대한 민간법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준비를 하는 친구가 잠시 들러서 도와 달라는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만약 그때까지도 이라크에 들어갈 수 없게된다면, 당분간 수단에 들러 현지 상황을 조사할 생각입니다. 몇몇 분들께서 한국에 들어오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주셨습니다만, 최소한 한국군의 철군이 이뤄질 때 까지는 한국에 들어가지 않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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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이라크를 중심으로 평화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 필자 연락처= e-mail: hansangj@hotmail.com
(평화만들기에서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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